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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따라 아이 키워야”…中, ‘가정교육촉진법’ 첫 시행

입력
2022.01.16 12:00
수정
2022.01.16 13:4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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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육을 국가 문제로 다룬 최초의 法"
정부는 지원 역할 불구, 가정과 경계 모호
책임 못 다한 부모는 비판·훈계·교육 조치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2일 여성이 마스크를 쓴 아이를 안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2일 여성이 마스크를 쓴 아이를 안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은 지난해 유·청소년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온라인 게임을 제한하고 학원 사교육을 금지하고 심지어 수면 시간까지 간섭했다. 이 같은 정책을 종합한 ‘끝판왕’이 나왔다. 1월 1일부터 ‘가정교육촉진법’을 시행해 부모가 법에 따라 아이를 키우도록 규정했다.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컸던 처벌조항은 없앴지만, 중국 부모들은 국가와 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며 더 막중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중국은 이미 교육법, 의무교육법, 미성년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또 다른 법을 만들었다. CCTV는 “가정교육을 가정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로 다루는 최초의 입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 성안과정에 참여한 위안닝닝 중국 정법대 교수는 “법의 취지는 부모의 책임감을 높이고 양육과정의 어려움을 공공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정교육의 실천 주체는 어디까지나 부모와 자녀이고, 정부는 지원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6장 55조로 구성된 법안을 살펴보면 부모보다 정부, 가정보다 국가를 앞세운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법의 목적에 ‘덕지체미로(德智體美勞·가치관 지식 건강 심미관 노동관 등 5가지 교육 목표)가 전면 발전한 사회주의 건설자와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1조)라고 명시했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9월 전국교육대회 중요 연설에서 강조한 구절을 그대로 인용했다.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라는 중국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데 가정교육이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정교육은 입덕수인(立德樹人·덕을 갖춘 인재 양성)을 근본과업으로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육성하고 실천한다’(3조)고도 했다. ‘입덕수인’은 인성교육과 더불어 중국 공산당이 중시하는 인재상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가정교육에 정치적 의미가 가미된 셈이다.

중국 베이징 올림픽공원 인근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3일 남성이 아이를 끌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올림픽공원 인근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3일 남성이 아이를 끌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또한 ‘미성년자 가정교육은 부모 또는 보호자 책임’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국가공무원이 가풍을 바로 세우고 가정교육의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4조)고 강조했다. 가정과 사회, 국가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미성년자 자녀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부모를 상대로 ‘비판, 훈계, 교육, 권고 조치’(48, 49조)를 취하도록 했다. 국가가 정한 방향에 따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않으면 망신을 톡톡히 당할 각오를 하라는 엄포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CCTV는 “당초 금전적 배상이나 구금 등 부모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처벌조치가 논의됐지만 수위를 낮췄다”고 전했다. 반면 부모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중국은 지난해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이중 경감’ 정책을 시행하면서 방과후 아이들을 풀어줬다. 장쑤성의 경우 최근 “몸이 안 좋거나 집에 사정이 있거나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면 숙제를 취소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고 공지할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업능력 증진을 위한 학교와 교사의 임무를 학부모가 모두 떠안은 상황이다. 취업난까지 겹쳐 명문대에 입학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법 시행으로 부모의 책임감이 가중됐다. 환구시보는 “학교의 책임을 부모에게 떠넘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전하며 우려를 달래려 애썼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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