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부대는 이전 아닌 도심형부대로 방향 잡아
신안산선 개통되면 지역경제 마중물 효과 기대
서울 금천구는 25개 시 자치구 중 막내다. 1995년 구로구에서 분구했다. 구로공단의 배후도시로, 서쪽의 안양천을 따라 코가 북쪽을 향한 구두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코끝과 발등이 남부순환도로와 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서부간선도로, 남쪽으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지난다. 중앙엔 시흥대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어 '서남권 관문'으로서의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발전은 더뎠다. 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상업지 비율이 적었던 탓이다.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적다. 면적도 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작다.
금천구의 이 같은 조건을 놓고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가는 했지만, 변변찮은 살림 하나 부모로부터 못 받은 청년"에 비유했다. 그로부터 27년, '흙수저'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숙원사업이었던 독산동 공군부대 이전이 도심형 부대 건설로 방향이 잡혔고, 2025년 신안산선 개통까지 앞두고 있다. 유 구청장은 "촘촘한 교통망을 활용해 중견기업 본사 유치에 나설 것"이라며 "금천을 명실상부한 서남권 관문도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천 발전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에 많이 묶여 있었다. 구로공단 배후도시로 있다 보니 준공업지역이 대부분이고, 상업지역 비율도 서울에서 가장 낮다. 분구 전에 서울시로 편입되면서 대한전선 등 대형공장도 사라졌고, 독산동과 시흥동만 덜렁 떨어져 나온 것이다. 지금의 구청 신청사가 생긴 지도 12년밖에 안됐다. 관문도시로서 비전을 세우면서 이제야 개발 사업을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독산동 공군부대 이전을 도심형 부대 건설로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상생이다. 완전 이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안보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어 지역개발을 이뤄내느냐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이전 후보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완전 이전만을 고집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도심형 부대 건설은 현 군부대를 압축·고밀 개발하고 잔여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민-관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군부대 이전에 따른 지자체 간 갈등 해소와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동작구 대방동 공군 항공안전단 부지가 비슷한 방식으로 건설된 도심형 부대다.
-주민 설득이 관건이었을 텐데.
“공군부대 이전과 관련한 구민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두 차례의 여론조사까지 거친 끝에 구민 다수 의견이 군부대 부지 규모 축소 후 개발로 가자는 도심형 부대 건설로 결정됐다. 용산구 이태원 국군 재정경리단길 등의 선례도 참고가 됐다.”
-2025년 예정된 신안산선 개통 효과는.
“도로는 발달했지만 철도 시설은 열악했다. 신안산선은 경기 안산과 시흥을 지나 여의도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7호선과 환승도 가능해 촘촘한 철도망이 구축될 것이다.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 기업들이 들어올 터전이 마련된다. 이를 토대로 중견 기업 본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지역 상권도 살리는 선순환의 경제를 만들려고 한다.”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게 삶의 질 향상이다.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2019년 9월 금천문화예술 거버넌스 위원회를 만들어 출범시켰다. 지역에서 자생한 각종 문화예술 단체 활동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작년부터 내년까지 진행되는 금천구 문화정책 중장기 계획에 따라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금천뮤지컬센터가 두 달 전 개관했고, 내년엔 서서울미술관이 개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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