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무용단 '처용무' 연습실 가보니
오방색 옷 입은 다섯 무용수, 탈 쓰고 땀 뻘뻘
유네스코 문화유산들로 꾸미는 신년 첫 공연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황·청·백·적·흑) 옷을 입은 남성 무용수 다섯이 장단에 맞춰 움직인다. 얼굴에 족히 세 배는 되는 큰 탈을 쓴 채. 악귀를 물리친다는 팥죽의 색을 닮았고, 온갖 귀신을 제압한다는 복숭아 모형이 모자 위로 일곱 개나 달린 '처용' 탈이다. 한참을 춤을 추던 무용수들은 "신라성대 소성대 천하태평…"이라며 평안한 사회를 기원하는 소리로 흥을 돋웠다.
새해 첫 공연으로 처용무를 무대에 올리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연습실을 한국일보가 4일 오후 찾았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처용무는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추는 유일한 궁중무용이다. 신라 처용설화에 기원을 둔 작품으로, 처용 탈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좋은 일을 부른다는 염원을 담아 조선시대에도 궁중 연례에서 빠지지 않던 춤이다. 전례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2년을 꼬박 보내고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새해 첫 공연으로 딱 들어맞는다.
처용무는 큰 탈을 쓰고 한다는 점에서 힘이 드는 춤이다. 탈을 쓰면 그 안에서 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무용수들은 자신의 소리에 방해받지 않으려 아예 입을 벌린 채 춤을 춘다. 힘이 곱절로 들어간다. 양손을 들어올렸다 내릴 때마다 무용수의 긴 소매가 펄럭이는 장면이 멋스럽지만, 호흡이 가빠지는 숨소리가 연습실을 채웠다. 연습을 끝내고 탈을 벗었을 때 무용수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요즘 아이돌 춤과 비교하면 느릿해 보이지만, 공연 시간(약 9분)이 상대적으로 길고 무거운 탈을 쓰고 움직이는 처용무만의 고충이 느껴졌다. 무용단 안무자 김태훈은 "예전에는 가면 눈 부분이 작아서 춤을 추면서 옆이 잘 안 보였는데, 최근에는 이런 부분을 개선해서 그나마 (보기에)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일반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이번 공연은 시간을 정통 공연(25~30분)보다는 줄였다. 그럼에도 조선 전기 궁중에서 췄던 처용무와 가장 가깝게 복원된 형태의 안무 핵심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했다. 처용무는 무용으로서 아름다움을 뽐내기 보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은 게 특징이다. 신라시대에 시작해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음향오행 철학이 담기게 됐고 우주운행 질서를 형상화하는 안무들이다. 김태훈 안무자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의미가 좋다고들 한다. 처용무를 보시는 분들에게 코로나19는 훌훌 털고 가시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8일 열리는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이 우면당에서 토요일마다 올리는 '토요명품'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는 4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통 국악 입문 공연이다. 국악원 소속 4개 연주단(정악단·민속악단·무용단·창작악단)이 모두 출연해 마이크와 스피커 없이 국악기 울림과 연주자의 육성을 전통방식 그대로 전한다. 처용무 외에도 종묘제례악, 정대업, 태평가, 아리랑, 강강술래, 판굿 등 유네스코문화재로 등재된 작품들을 이날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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