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지자체 최초 건축 조례 개정안 시행
전용 7㎡ 이상ㆍ창문 설치 의무화 내용 담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모(30)씨는 고시원 방으로의 '귀가'가 꺼려진다. 안락해야 할 쉼터가 감옥 같기 때문이다. 그는 "낮엔 학원에서 공부하니 밤에만 머물 곳이고,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마음에 5만 원 저렴한, 창 없는 방을 골랐는데 후회 막심"이라며 "조만간 창 있는 방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원 강의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이곳 생활에 한계가 온 것이다.
박씨처럼 ‘닭장’ 같은 고시원 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생활 여건이 앞으로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고시원의 1실 최소 면적 기준과 창문 의무 설치 규정을 신설한 건축 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서울시는 오는 7월 1일부터 서울에서 신축 또는 증축되는 고시원 방은 전용 7㎡ 이상(화장실 포함 시 9㎡)의 면적을 제공하고,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4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자의 인간다운 삶과 안전한 거주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울시가 처음 시행하는 만큼,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장치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2018년 7명의 인명 피해를 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사건이 계기가 됐다. 서울시는 사고 후 고시원 ‘최소 주거기준’ 마련을 위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고, 이를 받아들인 국토부가 지난해 6월 16일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다중생활시설 세부 건축기준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했다.
주거기본법상 1인 가구 최저 주거기준은 14㎡ 규모다. 하지만 고시원은 주택이 아닌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돼 건축법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서울시는 건축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침대와 책상을 설치한 후에도 통로가 남을 수 있는 최소 면적인 7㎡를 고시원 방 크기의 하한선으로 잡았다. 창문은 유사시 탈출이 가능하도록 가로 0.5m, 세로 1m 이상 크기로 실외와 접하도록 규정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202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시원 평균 주거면적은 7.2㎡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53%)이 7㎡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 화재나 비상상황 시 대피가 가능한 창문이 설치된 곳은 47.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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