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을 사용하지 않고 강력한 전자기력에 의해 초음속 장사정탄을 발사할 수 있는 ‘레일건’은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며 ‘가공할 꿈의 무기’로 불려 왔다. 하지만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전력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아직 실전 배치를 한 곳은 없다. 16년 동안 5억 달러(약 5,500억 원)가량을 들여 개발해 온 미국 해군조차 지난해 포기한 레일건 개발을 일본 국방성이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레일건은 양쪽에 전기 전도체 재질의 레일을 두고, 그 사이에 끼운 탄을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 가속해 발사하는 무기다. 음속의 7~8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위력에다 유효 사거리는 200㎞에 달해 통상적인 함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방위성은 2022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예산안에 65억 엔(약 640억 원)을 배정해 레일건 연구 개발에 나섰다. 방위성은 앞서 2016년도 추경 예산에 ‘전자가속 시스템의 연구’라는 명목으로 10억 엔을 배정해 시제품 제조를 진행해 왔다. 전차포의 초속 1700m를 웃도는 초속 2000m(마하 6 정도) 이상의 속도를 목표로 했는데, 시작 단계에서 초속 2,297m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에너지 효율화와 고속 연사 기술 연구를 진행해 2028년 이후 배치한다는 것이 방위성의 목표다.
방위성이 레일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이 극초음속 무기를 잇따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은 요격이 어려워 일본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미국의 연구를 보면 레일건의 탄환은 음속 7, 8배의 속도 약 100~180㎞ 거리를 비행했다. 연사도 가능하고 대지, 대함, 대공 모두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돼 군사적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실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도 많다. 가장 오래 개발해 온 미국이 지난해 연구를 중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효과가 미사일 등과 크게 다르지 않고 비용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 의지할 수 없다. 일본이 개발의 첨단을 간다”고 강조했다.
발사에 필요한 전력 확보가 가장 큰 과제다. 레일건 발사에 필요한 전력은 일본 가정 7,000여 가구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인 25메가와트(MW)에 달한다. 발사 때 고열이 발생해 연사 시 레일이 마모되는 취약점도 있다. 방위성 내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모르겠다.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맞힐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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