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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전운 감도는 우크라… 시민들도 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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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전운 감도는 우크라… 시민들도 총을 들었다

입력
2022.01.03 18:15
수정
2022.01.03 18:3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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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FT "수백·수천명 전역에서 군사 훈련"
성인 남성 58% "언제든 무기 들 것" 답변
시민들의 저항, 적군에겐 공격 부담 줄 수도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훈련장에서 시민들이 나무로 만든 모형 총을 들고 군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훈련장에서 시민들이 나무로 만든 모형 총을 들고 군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각국이 성탄절 연휴로 들떠 있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의 한 소나무 숲에서 남녀 수백 명이 나무로 만든 라이플 소총 모형을 든 채 눈밭을 구르고 있었다. 영하의 매서운 날씨 속에서도 소총 조준법, 수류탄 투척 연습 등 군사훈련이 수 시간 진행됐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지혈대 사용법, 매복 시 병력 간 거리 유지의 중요성 등 기본 교육이 이어졌다. 훈련 중인 군인들의 얘기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예비군인 국토방위군(TDF)이 주관하는 정기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최근 주말 풍경이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총을 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병력 증강으로 ‘일촉즉발’ 충돌 위험이 커지자 직접 대비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군사 훈련은 정부와 사설 군사 조직 등이 운영하는 전투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민관의 민병대 양성 프로그램이 몇 개인지, 몇 명이 참여하는지 정확한 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FT는 “수십만,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훈련받고 있다”는 올렉시이 다닐로프 국가안보실장의 말을 전하며, TDF 외에도 수십 개의 비정부 준(準)군사 조직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훈련 경험이 없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의 열의는 하늘을 찌른다. 나무로 만든 가짜 총을 들고 사격 연습을 하거나, 전술·전략 등 이론 수업도 듣는다. 모의 대전차 지뢰 매설, 수류탄 투척, 응급 처치 등 실전 훈련도 척척 해낸다. 지난달부터 훈련에 참여했다는 자동차 정비공 블라디슬라브(53)는 “혹시 우리가 퇴각할 때도 적들의 목숨을 최대한 빼앗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훈련장에서 한 여성이 나무로 만든 모형 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훈련장에서 한 여성이 나무로 만든 모형 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외세로부터 영토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의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키예프 국제사회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 58%, 여성 13%가 ‘러시아군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남성의 17%, 여성 25.5%는 시위ㆍ체제 전복 활동 등 다른 수단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러시아 침공 우려 속에 전국적인 광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훈련 참여 호소가 이어지면서 이에 응답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취약한 정부군에 대한 우려도 시민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은 25만 명으로 러시아(100만 명)의 4분의 1에 그치는 데다, 이미 상당수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과 싸우고 있다. 당장 턱밑에서 으르렁대는 러시아군에 맞설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 빈자리를 일단 시민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들이 막강 화력의 러시아군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힘없는 소시민들도 끝까지 나라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져 러시아에 부담을 줄 수는 있다는 판단이다. 키예프 박물관 가이드인 올가 살로(39)는 FT에 “일반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적(러시아군)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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