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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기부' 김밥 할머니가 김정숙 여사 손 잡고 눈물 보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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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기부' 김밥 할머니가 김정숙 여사 손 잡고 눈물 보인 까닭은

입력
2022.01.03 14:00
수정
2022.01.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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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밥 팔아 모은 6억5,000만 원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 사연 페이스북·칼럼 통해 공유
박 할머니, 김 여사 부축에 아버지 생각나 눈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21년 12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 참석, 성금 전달을 마친 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후원자인 박춘자 할머니 등 참석자들과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21년 12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 참석, 성금 전달을 마친 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후원자인 박춘자 할머니 등 참석자들과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왔다. 연합뉴스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의 사연이 누리꾼들 사이에 다시 회자되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 할머니의 사연이 재조명된 건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한국일보에 쓴 '이 시대의 성자(聖者) 김밥할머니'라는 칼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남궁 교수가 박 할머니의 사연을 조명한 계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초청으로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였다.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을 살피고 돕는 국내 주요 기부단체와 기부자 등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였던 당시 행사에 박 할머니는 남한산성 길목에서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5,000만 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기부한 기부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남궁 교수도 아동보호단체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그런데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박 할머니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남궁 교수는 그 뒷이야기를 페이스북 글과 칼럼을 통해 전했다. 남궁 교수는 2일 페이스북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 영부인, 비서실장, 단체의 이사장, 유명 연예인 틈의 왜소한 체격의 구순 할머니. 그 대비는 너무 뚜렷해서 영화나 만화 속 장면 같았다"며 "어느덧 할머니의 차례가 되자 대통령 내외는 직접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갔다.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영부인의 손을 잡은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고 기억했다.


김정숙 여사가 부축하자 아버지 생각나 눈물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는 지난해 9월 ‘LG의인상'도 수상했다. LG복지재단 제공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는 지난해 9월 ‘LG의인상'도 수상했다. LG복지재단 제공

김정숙 여사 옆자리에 앉은 박 할머니는 발언 차례가 오자 "저는 가난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다"며 "돈이 없어 배가 고팠다. 배가 고파서 힘들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 나가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며 "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고 기부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박 할머니는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아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며 "그런데 방금 (김정숙 여사가)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에 따르면 박 할머니의 말에 김 여사 또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박 할머니는 전 재산 기부뿐만 아니라, 40년 전 길에 버려진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000만 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본인이 기부해 복지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누리꾼 "진정한 어른, 선행 따를 것... 건강하시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후원자인 박춘자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 박 할머니는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후원자인 박춘자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 박 할머니는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왔다. 연합뉴스

남궁 교수는 "할머니는 그 따뜻한 손을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얻은 모든 일생을 조용히 헐어서 베풀었다"며 "구순이 넘는 육신과 이미 모든 것을 기부했다는 사실만큼 당신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없었다. 그 패배가 너무 명료해 '봉사'라는 명목으로 모인 사람들은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어떤 한 생은 지독하고도 무한히 이타적이라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며 "그것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직면했을 때 경험하는 경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글로 재조명된 박 할머니 사연에 누리꾼들도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들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어머니십니다. 당신의 선행을 따라하겠습니다."(don0), "진정한 어른이시다"(dhgu****), "할머님의 따뜻한 마음 1,000분의 1이라도 닮고자 노력하며 살겠습니다"(klye****), "세상에 이런 분도 계시네요. 감히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삶을 살아오셨네요"(cong****)라며 박 할머니에게 경의를 표했다.

또 "남한테 주는 기쁨은 많이 누리셨으니 부디 오래오래 건강히 나를 위해 사는 기쁨 또한 이제는 충분히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게 그동안 베품 받은 분들의 마음일것 같아요"(ssay****) 등 박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는 누리꾼도 많았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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