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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속 엄숙한 바흐 아닌 대범한 청년에게 집중…춤추고 싶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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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속 엄숙한 바흐 아닌 대범한 청년에게 집중…춤추고 싶은 음악"

입력
2022.01.04 14:45
수정
2022.01.04 14:5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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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현정 인터뷰
'댄싱 바흐 렉처 콘서트' 전국 투어, 내달까지
"엄격한 틀 속 서민 춤곡, 그 매력 전하고파"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지난해 8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진행한 인터스텔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라흐마니노프 곡을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다나기획 제공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지난해 8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진행한 인터스텔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라흐마니노프 곡을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다나기획 제공

"바흐 초상화에서 느껴지는 엄숙한 이미지가 그의 음악을 즐기는 데 제동을 거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바흐 자체는 재밌는 캐릭터거든요. 어떻게 하면 바흐 음악이 청중에게 거의 '코믹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파격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피아니스트 임현정(36)이 바흐의 곡으로 전국 투어에 나섰다. 조금은 딱딱한 혹은 엄격한 인상의 바흐를 코믹하게 풀어 가고 싶다는 발상부터, 이번에도 남달랐다. '댄싱 바흐'라는 공연명도 그렇다. 새해 첫 공연을 전남 여수에서 마친 이튿날인 3일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바흐의 '반전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흐는 젊은 시절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어요. 새로운 작곡법과 연주를 제시하는 대범한 청년이었죠.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바흐 곡을 그렇게 연주하지 않잖아요."

특히 바흐의 평균율을 과제곡처럼만 대하는 자세를 탈피하고 싶었다. 그는 "엄격한 대위법으로 유명한 바흐의 푸가지만, 그 안에는 경쾌하고 모두가 춤을 출 수 있는 서민적인 춤곡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청중이 그 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일종의 목표기도 했다. 임현정은 이번 공연에서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프렐류드와 푸가, 그리고 부조니 편곡의 샤콘느를 연주한다.

'렉처 콘서트'라는 강의 형식도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인 그다운 선택이다. "연주회는 결과물만 보여주지만 렉처(콘서트)는 과정까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임현정은 이번 무대에서 열아홉 살의 바흐가 한 오르간 연주에 빠져 일하던 교회에 무단결근한 일화나 바흐의 음악을 들은 당대 청중들의 감상문 등을 직접 소개한다. 관객이 바흐에게 한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돕는 게 연주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전국 각지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그는 "외국에서 20여 년간 고생하며 배운 것을 그들에게 퍼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나기획 제공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전국 각지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도 꾸준히 만나고 있다. 그는 "외국에서 20여 년간 고생하며 배운 것을 그들에게 퍼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나기획 제공

임현정은 클래식계에서도 독창적 곡 해석과 자유로운 연주로 알려져 있다. 예술은 경쟁이 아니라는 신념에서 콩쿠르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번 공연 역시 새로운 질문을 던진 끝에 나온 기획물이다. '모든 음악은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데 왜 클래식은 연주자도 청중도 경직되어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그는 "언젠가 춤추는 연주회를 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든 음악가에게 고통이었지만, 그에겐 또 다른 문이 열린 계기이기도 했다. 삶의 본거지가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바뀌었다. 2012년 최연소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그 데뷔 앨범이 빌보드 클래식 종합차트,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그는 주로 해외 공연을 해왔다. "'언젠가는 한국 무대에 더 많이 서야지'라고 생각만 하다가 코로나19로 여러 상황들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는 그는 전국을 다니며 더 많은 청중을 만나는 게 새해 계획이다. 오는 4월부터는 아예 바흐 평균율 2권 전곡 연주로 새로운 전국 투어도 준비하고 있다.

"음악의 본질 자체가 제약이 없어요. (공연에서) 현기증이 나는 자유로움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이번 댄싱 바흐 렉처 콘서트는 이달 성남(8일)·부산(16일)·대구(23일), 2월 익산(5일)에서 열린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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