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추경 두고 정부·정치권 엇갈려
완강한 반대→유보, 입장 바꾼 정부
"추경 편성 시 정부 신뢰도 하락" 우려
새해 벽두부터 여당이 소상공인 지원 등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500만 원 선지급으로 올해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여당의 추경 압박을 계속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추경 30조 요구...정부 "고려 안 해" 난색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새해가 밝자마자 정부를 향한 추경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연장되자마자 추경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올해 코로나19 방역 관련 예산이 다 소진된 상태라 추경은 불가피하다”며 최소 25조 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보다 더 큰 최대 30조 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별도의 추경 편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을 확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 단계에서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500만 원 선지급으로 지원 예산 바닥...정부 태도 변화 조짐
하지만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 여력이 바닥나고 있어, 정부가 조만간 여당의 추경 편성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정부 내부에서는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선지급’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마련해 둔 예산으론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하면서 내년 1분기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선지급 후정산’하기로 했다. 55만 명에게 대출 형태로 우선 지급하고 추후에 보상액이 확정되면 정산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단순 계산 시 2조7,500억 원으로, 올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예산 3조2,000억 원의 86%에 달한다. 올해 쓸 수 있는 손실보상예산이 5,000억 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보유한 기금·예비비 등 손실보상 목적으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곳간도 비어 가고 있다.
정부는 손실보상금과 별개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방역지원금(100만 원)을 지난달 지급하기로 하면서 필요 재원 3조2,000억 원을 기정예산과 기금·예비비로 마련하기로 했다. 어디서 얼마나 끌어왔는지 밝히진 않았으나, 올해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가 3조9,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재정당국이 앞으로 쓸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여당의 추경 압박을 정부가 끝까지 거부하지 못했고, 방역조치 강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일각에선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까지만 해도 완강한 거부였던 정부 입장이 이달 들어 유보적인 자세로 변한 것도 ‘신년 추경’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일 “여야가 ‘빚을 내서라도 이분(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돕자’고 한다면 논의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여야가 입을 맞추고 있어 결국 추경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도 “대선후보 요구가 정부 예산안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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