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땡겨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최대 14일 걸리던 정산을 1~3일로
자금 회전 힘든 소상공인에게 매력적
전자상거래(e커머스)부터 배달까지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책으로 '빠른 정산' 시스템이 떠오르고 있다. 좋은 상품이나 메뉴를 가지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플랫폼 입점을 부담스러워하는 소상공인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2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이달 14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신한은행의 배달 주문앱 '땡겨요'는 기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의 차이점으로 빠른 정산을 내세웠다. 은행이 운영하는 서비스인 만큼 통상 4~10일 걸리는 정산 주기를 길어도 이틀 내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 입장에서는 당일 발생한 매출에 대해 바로 정산이 이뤄지니 편리할 수밖에 없다.
빠른 정산은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자금 회전 부담을 덜어준다. 보통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카드결제한 금액은 하루에서 이틀 뒤 플랫폼 업체로 정산이 되고, 플랫폼 업체는 4~7일 뒤 가맹점에 정산을 한다. 매출이 고르지 않거나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기간이다. 이에 '캐시노트' 등 빠른 정산을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했다"며 "계좌이체의 경우 당일 정산이 이뤄지고 오후 7시를 넘어 계산이 됐다면 다음 날 오전 9시쯤 입금된다"고 강조했다.
e커머스 업계에서 빠른 정산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파이낸셜이 2020년 11월 시작한 빠른 정산 서비스는 지난해 1월 '배송완료 익일 정산'으로, 12월에는 '잡화처리 익일 정산'으로 진화했다. 상품이 택배사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면 다음 날 정산이 완료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받기도 전에 판매자에게 정산 대금이 100% 지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보통 소비자 주문 뒤 일러도 사나흘, 길면 14일 후에나 정산이 완료되는 것을 고려하면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다.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구매 확정 후 5일' 정산 시스템인 것을 고려하면 전 세계 e커머스 플랫폼을 통틀어 가장 빠른 수준이다.
빠른 정산에 대한 판매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네이버 자체 설문조사 결과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85.5%가 빠른 정산 시스템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경쟁력 있는 판매자를 '모셔야' 하는 다른 플랫폼들도 빠른 정산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11번가는 당일배송 상품에 대해 빠른 정산을 도입했고, SSG닷컴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도 스마일배송을 이용하는 판매자를 대상으로 '출고 익일 정산'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어떤 플랫폼이든 콘텐츠가 중요한데, 판매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콘텐츠를 위한 투자의 일종"이라며 "중소 상공인 보호 차원에서도, 플랫폼 경쟁력을 위해서도 빠른 정산 시스템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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