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통화에서 기존 입장 고수하며 기싸움
"내달 10일 미·러 협상 대화 모멘텀 살렸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긴장이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담판에 나섰다. 갈등 완화 실마리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양국 정상은 “단호한 대응” “관계 파열” 등 거침없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양측이 입장 차만 확인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지만, 한편에선 신년 초 예정된 실무 협상의 사전정지 차원에서 외교적 타협의 가능성을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약 50분간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두 정상의 대화는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성사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시작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양국 정부와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0만 병력을 배치한 점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미국과 동맹·파트너들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향후 행동에 따라 긴장 완화 길로 갈지, 경제적 대가와 함께 나토군이 증강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강력 반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나토의 동진(東進) 금지 등 러시아가 요구한 ‘안전보장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등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이뤄질 경우 양국 관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안보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 조치가 러시아와 서방국 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초래할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난 30년간 그런 실수를 많이 했던 만큼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이번 사태 관련 ‘단절’까지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양측이 전례 없는 경고성 발언까지 쏟아내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다만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서방국과 러시아 간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 모멘텀(동력)을 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장 내달 10일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안보 보장 문제 1차 논의가, 12일에는 나토와 러시아 간 대화가,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의 협상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대화를 통해 향후 회담을 위한 ‘좋은 배경’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 역시 “두 정상은 유의미한 진전이 가능한 영역과 합의가 불가능한 영역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가시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외교적 해결을 이어 갈 여지는 마련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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