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개발팀 '산타파이브' 인터뷰>
언택트 시대 '원거리 롤링페이퍼' 개발
가입자 250만명, 메시지 3500만건 달해
비용 부담·해킹 공격 주변 도움으로 극복
"팀 이름처럼 어린이 선물·기부도 계획 중"
직장인 임혜린(24)씨는 올해 마음만은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접 만나긴 어려웠지만, 이달 20일 출시된 온라인 서비스 '내 트리를 꾸며줘' 덕분에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트리를 꾸며줘는 기본적으로 이용자 간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다. 매개체는 트리다. 사이트에 가입하면 자신의 이름이 달린 트리가 생기고, 지인들에게 링크를 공유하면 이들이 트리 액세서리를 골라 장식해주고 메시지를 함께 남길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의 단골 행사인 '롤링페이퍼'가 언택트로 이뤄지는 셈이다.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는 크리스마스 당일 열어볼 수 있었다.
임씨는 "개인적으로 연락하기 민망한 사람들에게도 슬쩍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장식까지 골라 편지를 쓰니까 직접 이 사람의 연말을 꾸미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것 같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내 트리를 꾸며줘 링크로 도배됐다. 특히 MZ 세대를 중심으로 '내 트리도 채워달라'거나 '링크를 주면 내가 메시지를 써주겠다'며 흥겨운 교류가 이뤄졌다. 29일 기준 가입자는 총 250만 명, 작성된 메시지는 3,500만 건에 이른다. 아직까지도 밀린 메시지를 열어보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진짜로 트리 장식하는 느낌 내보자 계획
본보는 해당 서비스를 제작한 '산타파이브' 팀원 5명 중 이예찬(28), 김예인(26), 조단원(30)씨를 2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팀 결성을 주도한 건 이씨였다. 토이 프로젝트(업무 외 시간을 쪼개 진행하는 개발 작업)를 시작해보고 싶어서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김씨와 손을 잡았다. 이후 SNS를 통해 알게 된 조씨, 안현지(24)씨, 김다현(24)씨가 동참하게 됐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2명, 디자이너 2명, 백엔드 개발자 1명으로 이뤄졌는데, 대부분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 2년차 주니어들이다.
지금과 같은 서비스를 구상한 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없는 시기이니만큼, 멀리서도 마음을 주고받는 기회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김씨는 "온라인이긴 하지만 트리 장식을 직접 고르고, 꾸미고,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진짜로 장식과 편지를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버 부하, 디도스 공격에 어려움 겪었지만… 산타에게도 산타가 나타났다
모두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인 데다 거리두기로 인한 모임 인원 제한까지 겹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한 달의 프로젝트 기간 중 대면으로 만난 건 한 번뿐. 빠듯한 시간을 쪼개 온라인으로 모이고, 꼬박 밤을 새운 날도 많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예상 이용자의 1만 배가 넘는 사람이 트리 서비스에 참여한 것. 조씨는 "출시 전 250명 정도가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250만 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희의 기획 의도에 공감하고 호응해줘서 마음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뜻밖의 성공은 큰 행운이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어려움도 많았다. 접속량이 폭증하면서 출시 48시간 만에 서버 비용이 500만 원에 달했다. 이씨는 "트래픽이 비정상적으로 몰리면서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아 어떻게든 돌아가게 만드느라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늘었다"고 설명했다. 악의를 품은 일부 개발자들이 사흘에 걸쳐 디도스 공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산타파이브에도 '산타'가 찾아왔다. 문제 상황을 접하고 도움을 자처한 익명의 개발자들이다. 이씨는 "SNS로 알게 된 개발자분들이 해결 방법을 조언해줬다"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였는데, 저희한테도 산타가 온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모금도 이뤄졌다. 현재 모금액과 광고 금액을 합치면 서버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 미치는 프로그램 만들겠다
이들은 팀 이름처럼 어린이들에게 직접 선물도 전할 계획이다. 서버 비용을 지불하고 남는 모금액과 광고 수익은 어린이 단체에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산타파이브팀의 계획을 묻자 아직은 '미정'이란 답이 돌아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계속해서 사람들 마음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김씨는 "저희가 만든 건 그냥 메시지를 남기는 서비스였는데, 이용자들이 이걸 써줬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비로소 완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성공을 발판으로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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