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간호사 동료 앞에서 멱살 잡고 강하게 질책
선배 A씨 "의욕을 불태워 보라는 취지" 혐의 인정
지난달 16일 경기 의정부시 을지대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신입 간호사가 간호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장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유족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숨진 간호사의 선배 A씨를 폭행 및 모욕 등 혐의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앞서 유족들은 ‘태움’이 원인이라며 선배 간호사인 A씨와 B씨 등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병원 측도 진상규명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근무 교대 과정에서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숨진 C씨의 멱살을 잡는가 하면 강하게 질책하는 등 모욕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병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씨가 근무교대 시간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C씨의 멱살을 잡는 장면을 확인했다. 또 동료 간호사 등 목격자 진술을 통해 “A씨가 유독 C씨만 강하게 질책했다”는 내용과, 동료 간호사들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A씨가 ‘힘들다’며 모욕감을 당한 후 하소연한 내용을 확인했다.
A씨는 경찰에서 “잘해보자는 취지였고, 의욕을 불태워 보라는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만 B씨의 경우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불송치(혐의 없음)하기로 했다.
이번 경찰 수사와 별개로 △C씨에 대한 집단 따돌림 등 추가적인 괴롭힘 여부 △간호사 연장 근로 △강제 근로 등 부당 근로 여부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현재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CCTV 등에서 확인된 범죄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했다”며 “나머지 부분은 고용노동부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1시쯤 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 3월 이 병원에 입사해 9개월가량 근무했으며 ‘태움’ 등을 못 이겨 퇴사를 결심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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