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직업 잃은 주민들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 4㎏을 쌀 1㎏으로 교환
환경도 살리고 주민도 살리고
한 주민이 포대에 가득 담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넨다. 환경단체 회원이 무게를 잰 뒤 쌀 몇 봉지를 주민에게 준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요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섬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무너지면서 생계 수단을 잃은 주민들에겐 가뭄에 단비다.
31일 쿰파란닷컴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환경단체인 발리플라스틱거래소는 지난해 5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온 주민에게 쌀을 나눠주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4㎏당 쌀 1㎏을 주는 식이다.
거래소 설립자 마데 자누르 야사(55)씨는 "쓰레기와 쌀 교환은 코로나19 사태로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에게 환경의 중요성도 일깨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도 살리고 주민도 살리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는 "발리에는 트리 히타 카라나(Tri Hita Karana), 즉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이 있는데 신과의 조화, 인간과의 조화, 환경과의 조화"라며 "쓰레기와 쌀 교환은 이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도 사업에 기꺼이 동참했다. 식량을 거저 받는 게 아니라 땀 흘린 대가로 얻는 데다, 지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부심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고 분리하는 습관이 개인과 가정에서 차츰 정착되고 있다. 현재 발리의 200여 개 마을에서 쓰레기와 쌀 교환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이 모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500톤이 훌쩍 넘는다.
발리는 해양 및 연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섬들 중 하나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등 발리 지방 정부가 쓰레기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호텔이나 마을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만 매일 평균 829톤이 생산된다. 특히 4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는 해변 쓰레기 양이 더 늘어난다. 발리 주(州)정부는 쓰레기가 대량으로 쌓이면 해변을 폐쇄하고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다.
발리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리 주민의 20.35%(71만4,210명)가 직장을 잃거나 휴직하거나 업무 시간이 줄었다. 그만큼 벌이가 줄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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