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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무너진 발리 주민들, 플라스틱 쓰레기 줍고 쌀 받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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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무너진 발리 주민들, 플라스틱 쓰레기 줍고 쌀 받는 사연

입력
2021.12.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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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직업 잃은 주민들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 4㎏을 쌀 1㎏으로 교환
환경도 살리고 주민도 살리고

발리 주민이 발리플라스틱거래소 회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포대를 건네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발리 주민이 발리플라스틱거래소 회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포대를 건네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한 주민이 포대에 가득 담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넨다. 환경단체 회원이 무게를 잰 뒤 쌀 몇 봉지를 주민에게 준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요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섬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무너지면서 생계 수단을 잃은 주민들에겐 가뭄에 단비다.

31일 쿰파란닷컴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환경단체인 발리플라스틱거래소는 지난해 5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온 주민에게 쌀을 나눠주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4㎏당 쌀 1㎏을 주는 식이다.

발리 주민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온 대가로 쌀을 받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발리 주민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온 대가로 쌀을 받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거래소 설립자 마데 자누르 야사(55)씨는 "쓰레기와 쌀 교환은 코로나19 사태로 식량난에 시달리는 주민에게 환경의 중요성도 일깨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도 살리고 주민도 살리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는 "발리에는 트리 히타 카라나(Tri Hita Karana), 즉 행복의 세 가지 조건이 있는데 신과의 조화, 인간과의 조화, 환경과의 조화"라며 "쓰레기와 쌀 교환은 이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발리플라스틱거래소 설립자 마데 자누르 야사씨. 수아라닷컴 캡처

발리플라스틱거래소 설립자 마데 자누르 야사씨. 수아라닷컴 캡처

주민들도 사업에 기꺼이 동참했다. 식량을 거저 받는 게 아니라 땀 흘린 대가로 얻는 데다, 지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부심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고 분리하는 습관이 개인과 가정에서 차츰 정착되고 있다. 현재 발리의 200여 개 마을에서 쓰레기와 쌀 교환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이 모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500톤이 훌쩍 넘는다.

2019년 12월 쓰레기가 밀려와 폐쇄된 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해변.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2019년 12월 쓰레기가 밀려와 폐쇄된 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해변.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발리는 해양 및 연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섬들 중 하나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등 발리 지방 정부가 쓰레기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호텔이나 마을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만 매일 평균 829톤이 생산된다. 특히 4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는 해변 쓰레기 양이 더 늘어난다. 발리 주(州)정부는 쓰레기가 대량으로 쌓이면 해변을 폐쇄하고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다.

발리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리 주민의 20.35%(71만4,210명)가 직장을 잃거나 휴직하거나 업무 시간이 줄었다. 그만큼 벌이가 줄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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