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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과 차악, 선택 강요받는 유권자들

입력
2022.01.03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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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역대급 비호감 선거, 후보 교체론까지
지지율 반전 속 李·尹 엇갈린 행보
최악 선거지만 최악 대통령 되지 않길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뉴스1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뉴스1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대통령제 국가에선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의 구성원을 뽑는 선거보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국민과 국가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제대로 민의를 반영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내년 3월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두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전에 없이 높아서 많은 유권자들은 기권을 하느냐, 아니면 차악(次惡)을 선택하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후보의 가족과 주변, 그리고 과거의 행적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더구나 두 후보를 선출한 당내 경선도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의 경우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사건으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서 이낙연 전 총리의 지지도가 급속히 상승했으나 반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런 탓인지 이재명 후보는 후보 선출 후에도 당내 지지가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의힘의 경우는 홍준표 의원이 선전했으나 한쪽으로 쏠린 당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이 중도 하차하고 홍 의원을 지지했거나 국민의힘이 민주당처럼 결선투표를 하도록 했다면 홍 의원이 후보가 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처럼 두 후보는 후보 개인에 대한 비호감도도 높은 데다 당내 경선에서조차 개운치 못한 승리를 하는 데 그쳐서 주권자인 국민들은 두 정당이 차려 놓은 부실한 밥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하지만 최근 2~3주 동안에는 의미있는 변화가 생겨서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인해 야기된 야권 우위 지형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잡음은 양쪽이 똑같이 갖고 있는 문제이지만 국민의힘은 당 지도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리더니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폭락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최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후보 교체 여론은 35%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이 같은 불만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후보교체에 관한 여론조사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그중에서도 야당 지지층에서 윤석열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하고 있음은 국민의힘의 후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정당의 자율에 맡겨 놓은 후보 경선이 조직 동원 등으로 인해 심각하게 왜곡된다면, 국민의 선택권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앞으로 개선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3주 사이에 일어난 이 같은 지각변동에 대응하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행보는 정반대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과 세금 문제, 탈원전 등에 대해서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연확장을 위한 이 후보의 행보가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윤석열 후보는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해 "독재정권이 경제는 잘했다"는 식의 극단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독재정권 역할론'을 꺼내 드는 것은 중도층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지지층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오는 것을 막아 보려는 고육책이라 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최악임에 틀림없지만 최악의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최악의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없기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어 본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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