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데이 '남극대륙'
유럽인들은 오랫동안 미지의 ‘거대한 남쪽 땅’이 아메리카 대륙보다 풍요로울 것이라 믿었다. 18세기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은 지도 제작자들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남극 대륙을 찾아 남쪽으로 항해를 거듭했지만 얼음으로 꽉 막힌 바다를 발견하곤 “위험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쿡의 항해 일지가 출간된 뒤 바다표범, 물개, 고래를 잡아 돈을 벌려는 이들이 남극으로 몰려 들었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서구 각국의 탐험대들이 남극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향후 200년 넘게 이어진 남극 쟁탈전의 서막이었다.
1911년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영국 탐험가 로버트 스콧이 남극점 도달을 두고 숨가쁜 경주를 펼친 뒤 남극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1959년 남극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남극을 둘러싼 영토 분쟁은 오히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남극대륙’은 ‘남극: 전기(Antarctica: A Biography)’라는 원제처럼 인류가 남극을 발견한 후 지금까지 남극 대륙의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다룬 전기다. 남극과 관련한 세계 각국의 자료를 뒤져 집필한 것으로 남극 탐험을 둘러싼 극적인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국가 간 경쟁의 양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딱딱하고 건조한 집필 방식과 직역한 듯한 우리말 번역 탓에 책장이 쉬 넘어가진 않지만 남극에 관한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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