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 채사장의 첫 소설 '소마'

채사장(본명 채성호)은 지식교양 팟캐스트 '지대넓얕'과 300만 부가 팔린 동명의 인문학 밀리언셀러로 잘 알려진 작가다. '소마'는 채사장의 첫 소설이다. 웨일북 제공
한 소년이 길을 떠난다. “늑대 같은 빠르기와 어른 같은 담대함으로 방금 쏘아올린 화살을 찾아오라”는 아버지의 명을 받고서다. 그 화살을 찾아온다면 진짜 어른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약속과 함께다. 이후 소년은 수많은 사람과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가장 천한 취급을 받았다가 가장 높은 자리에서 권력을 누리기도 하며,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걸어나간다. 그 여정의 끝에서 소년 소마는 이 질문과 마주한다. “다시 한번 삶을 원하느냐?”
채사장이 쓴 장편소설 ‘소마’는 소마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년의 긴 삶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작품이다. 저자인 채사장은 인문학 서적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가 밀리언셀러가 되며 단숨에 스타작가로 떠오른 인물이다. 2014년도부터 방송된 동명의 지식교양 팟캐스트 ‘지대넓얕’과 궤를 같이하는 이 시리즈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등 인문학의 각종 분야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지금까지 300만 부가 팔렸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지대넓얕’과 주제의식, 방법론 등을 공유한다. 지금의 세계를 만들어낸 지식의 흐름을 통시적 관점 아래 천일야화처럼 풀어냈던 ‘지대넓얕’을 소설 형태로 묶어낸 것처럼 보인다. 소설의 물리적 배경은 소년 소마가 장성해 훗날 노인이 되기까지의 일생에 한정되지만, 소마가 통과하는 시대는 고대-중세-근대에 걸친다. 작가는 소마를 ‘고대의 신비한 다신적 세계’ ‘중세의 금욕적인 유일신 세계’ ‘근대의 세계관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던짐으로써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다층적인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이룩한 문명이 소마라는 한 인물의 일생을 통해 보여진다.

소마
- 채사장 지음
- 웨일북 발행
- 384쪽
- 1만5,000원
소마의 삶도 지난 역사에서 목격됐던 영웅의 일대기와 비슷하다. 부모를 떠나 길을 잃고 숲에서 정신을 잃은 소마는 한 귀족 집안에 거둬진다. 이교도의 자식이라는 천대와 배척에도 훌륭하게 성장한 소마는 왕의 기사단에서 장수로서 훈련을 받게 되고, 이때 교류하는 인물들을 통해 윤리적으로 각성하게 된다. 이후 오랫동안 전쟁터를 떠돌며 배신과 복수, 집착으로 점철된 시간을 통과한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전쟁을 직접 끝내고 전쟁영웅으로 결국 황제의 자리까지 오른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서 허탈함과 무력감을 맛보고 결국 가졌던 모든 것과 육신마저 빼앗긴 채 죽음을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소마가 맞닥뜨리는 질문은 지난날 인류가 끝없이 헤매며 답을 찾기를 갈구했던 무엇이다. ‘소마’는 ‘지대넓얕’에서 작가가 보여준 장기가 어김없이 발휘되는 책이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떠난 한 인물의 삶의 여정을 통해 앞선 시대의 현자들이 유구하게 질문해왔던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질문한다.
긴 여정의 끝에서 소마는 화살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화살이 아니라 화살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었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누구나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 (…) 화살이 아니라 화살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를 담대하게 하고, 너를 어른으로 만든다.”
‘지대넓얕’은 작가가 큰 교통사고를 당한 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세상이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느꼈고, 세계가 명쾌해지면 안정되겠다 싶어" 쓰기 시작한 책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세상 모든 사람이 세상에 무엇인가를 배우러 온 순례자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배워 나가는 방식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채사장은 후기를 통해 '소마'는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오는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과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언제나 알고자 했던 것은 인간이었다”는 작가는 “소마의 인생을 따라가며 나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소설은 순례자로서의 채사장이, 순례자로서의 인간을 소마라는 인물로 형상화해 낸 결과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