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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지수의 '설강화' 논란, 그리고 블랙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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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지수의 '설강화' 논란, 그리고 블랙핑크

입력
2022.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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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 지수가 JTBC '설강화'로 첫 연기에 도전했지만 위기를 겪고 있다. JTBC 제공

그룹 블랙핑크 지수가 JTBC '설강화'로 첫 연기에 도전했지만 위기를 겪고 있다. JTBC 제공

JTBC '설강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법원의 판결로 한시름을 놓은 제작진은 방송을 강행할 전망이다.

첫 방송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설강화'를 향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여대생과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들게 된 남파 공작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제작 단계부터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휩싸이며 잡음을 낳았다.

이를 의식한 듯 제작발표회 당시 제작진은 "시대 설정상 가상의 창작물이며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했다"라고 해명했으나 첫 방송 이후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설강화' 논란의 본질

제작 단계에서 운동권 학생으로 위장한 남파 간첩이 남자 주인공이라는 내용의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시작된 역사왜곡 논란은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해명이 무색하게도 첫 방송 이후 몸집을 불렸다.

민주화 운동을 시대상으로 삼아 안기부 요원, 남파간첩 등이 등장하는 가운데 '설강화'가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실제로 극 중에서는 안기부장(허준호)이 "우리 회사(안기부) 직원은 회사 직원 목숨보다 국민의 목숨을 보호해야 한다"라는 대사를 뱉고, 서브 남주인 안기부 팀장은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로 묘사되는 등 당시 시대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미화 우려'에 불을 붙였다.

또한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의 등장 속 해당 시대를 직접 겪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간첩이 안기부에 쫓기는 장면에 대표적인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삽입됐던 장면 역시 거센 비판 여론을 자아냈으며, 당시 많은 피해자들을 낳았던 대공분실을 수사물 속 작전 회의실처럼 비추는 등의 연출 역시 '픽션'으로의 이해 대신 황당함을 키웠다.

논란 속 JTBC 는 지난해 12월 24~26일에 걸쳐 3~5회를 특별 편성하고 논란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이 역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강화' 방영 중지를 호소하는 민원글이 게재됐고 해당 청원은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비판 여론 속 드라마의 협찬·광고에 나섰던 기업들 역시 줄줄이 손절을 선언했다.

국내의 공분 속 외신 역시 '설강화' 사태를 조명했다. 미국 포브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BBC코리아 등은 기사를 통해 "'설강화'가 민감한 역사를 배경으로 다루면서 철저한 고증 없이 낭만적으로 그려냈다"라고 지적하며 "극 중 북한 간첩이 한국 민주화 운동에 잠재적으로 연루됐거나 관련이 있다고 그려냈지만 당시 전두환 정권에 항의한 많은 사람들이 북한 간첩이라는 거짓 고발을 받았다. 또 계엄령 확대로 최소 200명의 민주화 운동가가 사망했다"라는 점 등을 꼬집었다.

지수가 가진 블랙핑크 發 파급력, 이번 사태에 미친 영향

국내 드라마를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해외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K-콘텐츠의 높아진 인기도 이유겠지만, 여주인공으로 나선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수는 '설강화'에서 여주인공인 은영로 역을 맡았다. 여대생인 은영로는 안기부장의 딸으로, 방팅에서 만난 남파공작원 수호에게 첫눈에 반하게 돼 절절한 로맨스를 그리게 되는 인물이다. 지수는 감독의 러브콜 속 데뷔 첫 연기 도전이자 주연작으로 작품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 결정 당시만 해도 제작진과 지수 모두에게 '설강화' 출연은 윈윈 전략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에게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블랙핑크의 영향력과 화제성을 업어올 수 있는 기회였고, 지수에게는 '스카이캐슬'로 흥행을 이끌었던 감독과 작가, 상대역인 정해인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환경에서 첫 주연을 꿰차며 단번에 배우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설강화'의 논란 속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역사 왜곡 논란이 대두된 뒤 가장 큰 우려를 낳은 것은 '설강화'를 접할 해외 팬들에게 자칫 왜곡된 역사 의식이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가 '설강화'를 독점 계약해 동시 방송한 가운데, 지수의 연기 데뷔를 기대하던 수많은 해외 팬들이 '설강화'에 빠르게 유입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해외 팬들의 유입에 불을 지핀 건 블랙핑크 멤버들의 홍보 공세였다. 주인공인 지수를 포함해 로제 제니 리사는 첫 방송일인 지난 18일 각자의 SNS를 통해 일제히 '설강화' 홍보글을 게재하며 시청을 독려했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개인 SNS 팔로워 수 총 합은 대략 2억3,000여 만 명. 이들의 사소한 게시물도 전 세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응원 속 출발한 설강화를 향한 글로벌 블링크(블랙핑크 공식 팬클럽 명)의 반응은 뜨거웠다. '설강화'를 독점 공개하며 동시 방영 중인 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는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2위(2021년 12월 28일 기준)에 올랐을 정도다. 비판 여론 속 국내에서는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 시청층에게 큰 반응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지수에 대한 팬심으로 '설강화'를 접한 해외 팬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이슈를 정확히 알고 있을지, 역사극의 형태를 갖춘 작품의 내용을 오롯이 '픽션'으로만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위기의 지수, 앞으로의 방향성은

'설강화'를 향한 논란에 불똥은 출연 배우들에게까지 튀고 있다. 평소 한국사를 좋아했다고 밝혀온 지수였던 만큼, '역사 의식 부재'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여기에 지수는 '연기력 논란'까지 불거지며 데뷔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연기력과 불분명한 발음 등이 문제가 되며 함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작품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번 논란에서 지수 개인이 갖는 책임은 주연배우로서 작품의 내용과 논란에 대해 가져야 할 책임감 정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블랙핑크로 데뷔 이후 큰 논란 없이 국내외 팬덤을 키워왔고, 호감형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그에게 첫 작품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가진 영향력과 파급력, 자신의 역량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영리하게 이번 사태를 헤쳐나갈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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