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기름값은 국제 유가 폭등과 맞물려 크게 치솟았다. 지난달 정부가 적용한 유류세 인하 조치 이전까진 연초에 비해 국내 휘발유 평균가격이 한때 리터(L)당 400원 가까이 오르며 서민경제를 압박했다. 12월 들어 유류세 인하 효과가 전국에 반영됐음에도, 연초 대비 L당 200원 안팎으로 오른 값에 거래된 국내 유가는 내년엔 더 오를 요인이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리터당 1,625원, 서울 평균 1,692원 선에서 마감됐다. 경유는 전국 평균 1,444원, 서울 평균 1,523원 선에서 거래됐다. 두 유종 모두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1일의 전국 평균 가격에 비해 200원 안팎 오른 가격으로, 올해 유독 매서웠던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거래 가격도 뛰었다.
특히 연초 배럴당 50달러 안팎에 거래됐던 국제 원유가격은 10월 말 배럴당 85달러 안팎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 가운데서도 브렌트유는 배럴당 86.4달러까지 급등하면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 국제 유가 상승세가 국내 시장에 반영된 11월엔 국내 유가도 정점에 달했다. 휘발유의 경우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시행 전날인 11일 전국 평균 가격은 L당 1,810원(서울 1,889원)까지 올랐다.
유가 상승 여파로 물가 전반이 오를 징조가 보이자, 정부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공교롭게도 내년 4월 30일까지 적용될 유류세 인하 조치 시행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유럽 주요국이 봉쇄에 들어가고 미국 주도의 5개국 공동 전략비축유 감축 등으로 국제 유가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일단 서민들의 동절기 기름값 걱정은 조금이나마 덜게 된 모습이다.
하지만 내년 사정은 조금 다르다. 전문가들은 내년 유가가 큰 폭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 국내에도 도입되는 코로나19 치료제 효과가 클 경우 국제적으로 이동 수요가 늘어날 게 뻔한 데다, 국내에선 내년 5월부터 인하된 유류세가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엔 오미크론 여파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80달러까지 육박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석유 콘퍼런스’에서 “내년 연평균 국제 유가는 배럴당 72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며 “산유국 감산 등 ‘고유가 시나리오’가 펼쳐질 땐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유가 급락의 여지는 없지만, 미국 내에서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는 등 공급이 더 원활해지면 큰 폭으로 뛰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해외 투자업계에선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돌파까지 내다보는 등 고유가를 경고하는 신호가 여전히 존재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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