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터였다가 영어 선생님이 됐다. 한동안 의녀로 살아간 뒤 저명한 우주 생물학자로 변신했다. '고요의 바다'를 통해 우주복을 입은 배우 배두나는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자신의 직업이 가진 매력이라고 했다.
3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대한 배두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는다.
"공식 따르지 않는 작품"
'고요의 바다'는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37분 남짓의 이야기가 8부작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배두나는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를 소설에, 원작을 시에 비유했다. 그는 드라마에 대해 "길어지고 설명도 많아졌다. 더불어 넷플릭스의 자본력으로 볼거리들을 잘 구현해낼 수 있었다. 좋은 배우들 덕에 작품이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요소들로 시선을 모으는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런 공식을 따르지 않았어요. '배우의 눈에 집중해라. 지금 일이 터지지 않으니'라는 느낌이었죠. 드라마 이름이 '고요의 바다'잖아요. 고요한데 그 안에서 소용돌이가 치는 걸 보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주복 입고 촬영, 달에 있는 듯한 느낌"
배두나가 '고요의 바다'에서 맡은 역할은 저명한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이다. 그는 '입다 입다 이제는 우주복까지 입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주복을 착용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기뻤다고도 이야기했다. 무거운 우주복이 피로감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즐거움이 더 컸다.
배두나는 이 특별한 옷 덕분에 작품에 몰입하기 더욱 쉬웠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헬멧을 쓰는 순간 외부의 소리로부터 차단됐고, 이는 진짜 우주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다른 배우들의 대사가 안 들렸어요. 그래서 이어폰 같은 걸 사용해 다른 마이크의 소리가 들리게 했죠. 진짜 달에 있는 듯한 느낌이더라고요. 무전하는 대원들의 소리만 들리니까 연기가 어렵진 않았어요."
"최항용 감독 참고해 캐릭터 구상"
'고요의 바다'로 우주복을 입게 된 배두나는 캐릭터를 표현해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는 "감독님, 작가님과 (송지안이) 22세에 박사 학위를 딴 천재 과학자니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쓰면 좋겠다는 얘기를 미팅 때 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모습을 참고했다고도 밝혔다. "감독님께서 정말 말이 없다. 그리고 한 번도 자외선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얼굴이 하얗다. 송지안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배두나의 설명이다.
배두나는 홍닥 역의 김선영을 의지했다. "김선영 선배가 어떻게 하면 장면이 쫀쫀해질지 파악하시고 완벽하게 살려주신다"는 배두나의 말에는 깊은 신뢰가 묻어났다. 그는 "선배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장르 가리지 않아"
외국 작품과 국내 작품을 넘나들며 열연을 펼쳤던 배두나는 한국 콘텐츠에 대해 "좋은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해외 일을 해보고 나면 우리와 그들의 차이를 더 잘 느끼게 된다. 또한 배우로서 나와 우리 영화계를 더 객관적으로, 넓게 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가 이처럼 여러 국가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이유는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새로운 촬영장을 경험하는 것도 재밌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건강한 욕심을 품고 있는 배두나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발전하고 싶다는 것이 그가 가진 생각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좋은 작품이라면 주연인지 조연인지, 예산은 얼마인지가 중요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건 다 할 거예요."
'고요의 바다'는 지난 24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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