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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공정위 1년 고민한 끝에 "슬롯 반납하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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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공정위 1년 고민한 끝에 "슬롯 반납하면 OK"

입력
2021.12.29 21: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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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우려해 슬롯·운수권 반납 조건 내걸어
늑장 심사 지적엔 "신속히 심사" 반박
해외 7개 경쟁당국 승인도 받아야 최종 합병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 연합뉴스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란 잠정 결론을 내렸다. 양사가 합병하기 위해선 일부 슬롯(시간당 허용되는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의 조치가 이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더구나 양사 해외 노선이 몰려 있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경쟁당국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아, 국내 1·2위 사업자의 빅딜이 최종 성사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선·슬롯 조정 조건 내걸어

공정위는 29일 이런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상정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발송할 계획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잠정 승인하는 대신, 운수권과 슬롯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양사의 여객·화물 250개 노선 중 중복되는 113개 노선에서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두 회사 결합으로 인천공항의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애틀·뉴욕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시드니 노선 등 10개는 점유율이 100%인 독점 노선이 된다. 이런 노선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 대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공정위는 잔여 운수권이 없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없는 '항공비자유화 노선'에 한해서는 두 회사의 운수권을 일부 반납받기로 했다. 반납받은 운수권은 다른 국내 항공사에 재분배할 방침이다.

항공비자유화 노선은 한국과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노선으로 다수의 유럽 노선과 중국 노선이 해당된다. 운수권은 다른 나라 공항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두 회사의 결합으로 유럽의 한 도시에 비행기를 매일 띄울 수 있는 운수권이 10번으로 늘었다면, 그 일부를 반납받아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소유한 국내 공항의 슬롯도 일부 반납할 것을 요청했다. 반납이 필요한 슬롯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경쟁 제한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점유율이 높아지는 부분을 해소하는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노선·슬롯 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운임 인상 제한과 서비스·좌석 수 축소 금지 조치도 함께 내렸다. 국내 1·2위 항공사의 결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독과점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해외 경쟁당국 심사 불확실성 여전

공정위의 이런 잠정 결정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약 1년 만이다. 늑장 심사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지적에 대해 “예외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적극 반박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자국 기업이라고 심사 기준을 낮게 적용하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칠 해외 독점기업의 기업결합 심사 시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느라 일정 기간의 심사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기업 측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전원회의에서 최종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슬롯 반납 등의 시정조치를 곧바로 확정짓기보단,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14개 경쟁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기업결합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해외 경쟁당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곳이다. 그중 EU의 경우 스페인 1·3위 항공사의 기업결합 요청을 최근 승인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만약 한 국가에서라도 승인받지 못하면 M&A는 무산된다. 고 정책관은 “시정조치가 다르게 나오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쟁당국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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