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내용 공표 안해 '주목도' 높이려는 의도
농업개혁 시급... 군량미 방출 등 특단책 거론
한 해를 결산하는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가 형식과 내용 모두 달라졌다. 27일 개막한 당 중앙위 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사업 방향만 제시했을 뿐,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회의 막판까지 긴장감을 유지해 한미의 관심을 끌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도 새해 1순위 과업으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봉쇄 장기화로 자력 갱생의 절실함이 반영된 결과다.
결론 내리고도 공개는 최소화, 왜?
북한 노동신문은 29일 전원회의 진행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첫날 회의에서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방향에 대하여’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국정운영의 얼개는 이미 짜놨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국가를 이끌어갈지, 구체적 언급은 전혀 없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연말 전원회의는 정반대였다. 2년 전에는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과제와 실행 방식을 먼저 공표했다. 김 위원장이 어느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도 상세히 밝혔다. 김 위원장은 당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투쟁 방향과 실천적 방도”를 열거했다.
북한이 회의 방식을 ‘결론 제시→방안 모색’으로 변화를 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북ㆍ북미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논의 내용 노출을 최소화해 회의 마지막 날 드러날 ‘김정은 구상’에 대한 주목도와 파급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론을 내려놓고 이행 전략을 숙의하는 접근법 자체가 파격”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역력하다”고 분석했다.
北 최대 고민은 '먹고사는' 문제
2019년 전원회의와 공통점은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뤘다는 점이다. 북한은 당시 “모든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을 강조했다. 올해는 아예 농촌 발전을 단일 의제로 설정한 뒤 농업 개혁에 보다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농촌 진흥의 웅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혁명적 중대 조치들을 취했다”고 역설했다.
북한 농업 문제의 핵심은 만성적인 식량난 극복이다. 김 위원장은 6월 당 전원회의에서도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위기를 인정했다.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69만 톤으로 추정된다. 지난해(440만 톤)보다 7% 늘었지만, 여전히 연간 곡물 수요(550만 톤)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국경 봉쇄가 길어지면서 해외 원조도 사실상 끊겼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자체 생산을 늘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혁명적 조치의 실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한 당국이 농업 생산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마련한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제’를 뛰어넘어 국가 수매 가격을 상향하거나, 군량미 양을 조절하는 등 특단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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