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역량평가 뒤 52개 탈락 통보
지역구 의원 등 반발에 "13개 대학 구제"
대학 구조조정 급한데 나쁜 선례 지적
성공회대와 성신여대, 인하대 등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탈락해 정부 재정 지원을 못 받을 뻔했던 52개 대학 중 13개가 구제된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이 열리는 셈인데 진단평가에서 탈락 대학을 구제해주는 건 처음이다.
52개 대학 탈락시켜놓고 13개 대학 구제
교육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반재정지원대학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
추가 선정 규모는 일반대의 경우 탈락한 25개교 중 6개교(총 180억 원), 전문대학은 27개교 중 7개교(총 140억 원)다. 일반대는 수도권 2개, 비수도권 3개, 전국 단위(권역에 관계 없이 총점 1위) 1개 등 모두 6개 대학이다. 전문대는 수도권 2개, 비수도권 4개, 전국 단위 1개 등 모두 7개 대학이다. 다시 선정되면 일반대는 매년 평균 30억 원, 전문대는 20억 원씩 지원받는다. 기존 선정 학교(일반대 평균 50억 원, 전문대 4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추가 선정 방식을 두고는 기존 진단평가 결과를 다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교육부는 재심사를 택했다. 심사를 거쳐 내년 5월 추가 선정 대학이 발표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3주기 대학 진단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일반대 136개, 전문대 97개 등 233개가 지원대학에 선정됐다. 당시 탈락한 52개교에는 성신여대와 인하대, 수원대 등 수도권 대학이 11곳, 지방 국립대인 군산대 등이 포함돼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 반발에 살려주면 대학 구조조정 어떻게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2015년 도입된 것으로 대학 구조개혁 및 정원 감축을 목표로 한다. 초저출산이 본격화된 2000년대 출생자들이 입학할 나이가 되면서 대학 입학예정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3년마다 실시하는 진단은 이번이 세 번째다.
탈락 대학에 이례적으로 구제의 기회를 마련해 준 배경엔 정치권의 압박이 있다. 특히 탈락한 대학의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이들 중 일부는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특정 대학 탈락 과정을 강하게 문제 삼기도 했다. 이어 국회는 탈락 대학 중 절반을 구제할 수 있도록 1,210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320억 원으로 줄며 추가 선정 대학 수와 지원 액수가 축소됐다.
교육부가 사실상 정치권 압박에 굴복해 구제 대학 선정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학령인구 급감 영향이 현실로 나타나고 코로나19 때문에 대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반재정지원대학 선정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대학과 국회) 요청이 있었다"고만 밝혔다.
재정지원 선정돼도 자율 구조조정해야
교육부는 이날 지난 9월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233개 대학과 교원양성기관 11곳에 내년부터 3년간 1조1,970억 원을 투입해 정원 감축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22~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도 발표했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셀프 구조조정' 기회를 줄 테니 알아서 입학 정원을 줄여 '다이어트'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내년 5월까지 정원 감축 방안을 담은 '자율 혁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을 잘 이행하는 대학은 최대 60억 원까지 추가 지원을 해주고, 반면 내년 하반기부터 기준에 미달하는 권역 내 하위 30~50% 대학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정원 감축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2024년부터 재정 지원이 끊긴다.
한편, 정부는 '2023학년도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 방안'을 발표하고 사실상 '퇴출 대상'인 한계대학 명단을 내년 5월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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