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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면허취소 감경 대상 99.9% 멋대로 구제한 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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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면허취소 감경 대상 99.9% 멋대로 구제한 권익위

입력
2021.12.28 19:30
수정
2021.12.29 10:50
8면
0 0

"감경 기준 있으나마나"

경찰이 지난달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지난달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방이삼거리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 일을 하려면 차가 꼭 필요합니다. 한 번만 봐 주세요.”

2016년 10월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감경 처분을 요청했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16%로 만취 상태였지만, 아내가 운영하는 치킨 가게에서 한 달에 200만 원이라도 벌려면 자신이 배달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권익위가 처벌을 완화해 준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권익위는 청원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감경 대상으로 보고했고, A씨는 결국 면허정지 110일의 관대한 처분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전부 거짓이었다. 알고 보니 1,500여만 원의 세전 월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 직장인이었다.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권익위의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탓이다.

이렇게 권익위가 현행 법 취지에 맞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음주운전 면허취소 대상자를 감경해 준 사례가 최근 4년간 99.9%나 됐다. 28일 감사원이 공개한 권익위 감사 보고서를 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권익위가 감경 대상으로 검토ㆍ보고한 6,579건의 사건 중 실제 감경을 받은 건이 6,574건에 달했다.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을 하고도 거의 대부분 구제받은 셈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운전이 필수 수단이 아닌 대학교수, 의사, 공무원 등도 231명이 포함됐다.

부실 검증의 가장 큰 원인은 권익위가 ‘자체 기준’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면허를 취소하되, 운전이 중요한 생계수단일 경우 면허 정지로 감경하도록 했다. 단, 면허취소자의 직업과 소득, 재산 등을 면밀히 살펴 적절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권익위는 ‘혈중알코올농도 0.08~0.1%, 무사고 기간 3년 이상’ 등 몇몇 별도 기준을 만든 뒤 충족하면 무조건 감경 대상에 올렸다. 음주운전자의 직업 및 소득 검증은 하지도 않았다.

감사원은 법률 근거 없이 면허취소자의 혈중알코올농도와 무사고 기간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감경하는 내부 기준을 폐지하라고 권익위에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권익위가 개별 기준으로 제도를 운영하면 현행 법률이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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