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산업·도시화 거쳐 생겨난 음식 중
한식이라 생각하는 것들도 많아"
"한식의 정의에 집착하기보다는
K푸드 개념 고려해 응대하는 게 중요"
한식진흥원이 올해 8~9월 해외 거주 외국인 8,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로 '치킨'이 1위(16.1%)에 올랐다. 반면 10월 전국 만 19~69세 한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프라이드 치킨이 한식이라는 답변은 36.1%에 불과했다. 양념치킨을 한식으로 보는 응답자는 54.9%였다.
치킨에 대한 외국인과 한국인의 극명한 인식 차를 보여주는 조사다. 그렇다면 치킨은 한식이라 할 수 있을까.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그러나 한식이냐 아니냐에 집착하기보다는 외국인이 생각하는 K푸드의 개념을 고려해 응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류드라마를 본 외국인들이 삼겹살, 소주, 떡볶이, 파전 등에 관심 갖는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그 인식 차이를 서서히 메꿔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치킨이 한식이냐 아니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치킨이 K푸드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K푸드를 "한식뿐만 아니라 한국음식점에서 나오는 메뉴, 한국식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식품"으로 넓게 정의했다.
주 교수는 한식이 절대적이고 고정적인 개념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 예로 떡볶이와 잡채의 역사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떡볶이는 1960년대 이후 먹기 시작했다. 또 조선시대와 달리 잡채에 당면이 들어가게 된 것은 1930년대부터다. 그때 중국의 당면, 일본식 간장에 한국인의 무치는 방식을 혼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당면 잡채'가 아닌 '잡채'라고 불렀고 '한식의 대표 주자'라 생각하는 경향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은 20세기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면서 생겨난 결과물도 많다"며 한식을 고유의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한식이 좋다'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우리가 소비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가령 마라탕의 경우 중국음식인데 신선로와 똑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며 "신선로 요리법을 진화시켜서 맛없게 변한 이 음식을 유행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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