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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는 왜 코카콜라를 넘지 못했나

입력
2021.12.28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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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박희준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고, 플랫폼 기반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70년대 중반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으로 미국의 국제 수지가 악화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가 붕괴되고 국제 금융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영국의 석학 존 갈브레이스는 1977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이러한 상황을 '사회를 지탱하는 원리가 사라지고 담론 체계가 허물어지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불확실성의 시대'가 출간된 70년대와 비교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일과 삶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했던 지난 2년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초불확실성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초불확실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시장에서 혹자들은 기회를 언급한다.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던 펩시콜라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이유가 맛이 아니라 습관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1975년 '펩시 챌린지'를 시도한다. 도심에서 행인들에게 상표를 가리고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마시게 하고 선호하는 콜라를 물었다. 절반 이상의 참가자들이 펩시콜라를 선택했고 펩시는 캠페인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TV에 광고했다. 그리고 4년 후, 미국 시장에서 펩시콜라의 판매량은 코카콜라를 앞지른다.

하지만 상표를 가리지 않고 행해진 다수의 실험에서는 여전히 다수의 참가자들이 코카콜라를 선택했으며 캠페인의 효과도 지속되지 못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러한 현상을 '대표성 추단법'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맛의 비교가 아닌 시장의 1등 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브랜드가 주는 청량감으로 콜라를 선택하며, 반복적인 선택은 습관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비용과 보상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이 아닌 과거의 경험으로 형성된 직관에 의존한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 직면하면 당연하게 여기고 습관적으로 행해 왔던 것들을 돌아보며 또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게 된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위기를 통해서 이해관계자의 습관을 바꾸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위기를 통해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어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 직원들의 부정적인 문화도 바꾸어 낼 수 있다.

1991년 경북 구미 소재 두산전자 공장에서 유출된 페놀이 낙동강 상류로 흘러 들어가면서 상수원이 오염되는 사고를 겪는다. 이 사고는 환경 위기를 초래했지만 수돗물이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던 시민들의 물에 대한 습관을 바꾸어 냄으로써, 국내 생수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1970년대 생수 생산이 시작된 이후 20년 동안 금지되었던 국내 시판이 이 시기에 허용된다.

또한 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는 맥주 시장에서 변곡점을 만들어 낸다. 만년 2등 제품인 크라운을 생산하던 조선맥주가 '지하 150m의 100% 천연 암반수로 만든 순수한 맥주, 하이트'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하이트를 출시하면서 1등 제품인 OB를 생산하던 동양맥주와의 경쟁에서 처음으로 우위를 점한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또 다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산업 사회의 표준화된 틀 속에서 만들어진 이해관계자의 습관을 위기를 통해서 바꾸어 내야 한다. 그리고 플랫폼이란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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