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장관 "빠른 시간 내에 결과 도출해야" 강조
우크라이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르면 내년 1월 10일 안보 보장 협상을 개최할 전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긴장 해소 요건으로 미국에 제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진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러시아 인접국에 나토 무기 배치 금지 등 러시아 안보 보장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27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안보 보장과 관련한 러시아와 미국의 협상이 새해 연휴 뒤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새해 연휴가 1월 1~9일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협상이 1월 10일 즈음 시작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부인하면서 내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토도 2019년 7월 이후 중단됐던 나토ㆍ러시아 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우선 주요 대화 상대인 미국과 협상할 것”이라면서 “나토는 미러 협상 이후인 12일에 협상을 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고 전했다.
미러 협상에는 양국 외무부와 국방부 대표들이 참여한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협상 진행 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면서 “푸틴 대통령도 지적했다시피,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서방이 우리의 제안에 대해 끝없는 논쟁을 하지도 말고, 모든 외교적 노력의 결실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른 시간 내에 협상 결과를 도출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이날 자국 외교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러시아 측 협상 대표로 참여한다고 확인했다. 미국 측 대표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랴브코프 차관은 “셔먼 부장관은 고위 외교관이자 수준 높은 전문가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이익을 아주 강경하게 수호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협상이 쉽지 않겠지만 우리도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러시아에도 우크라이나에 못지않은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나토 팽창이 러시아에는 안보 위협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안보 보장 방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외교 채널 가동을 준비하는 동시에 미국과 서방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도 끌어올리고 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이날 모스크바 주재 외국 무관과 외교관 등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나토의 군사력은 러시아와의 강도 높은 대규모 군사 충돌에 대한 준비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나토는 수시로 러시아에 직접적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 같은 도발은 군사 충돌로 번질 큰 위험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이 군사적 팽창을 시도하면 러시아도 무력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였다.
다만 포민 차관은 “(러시아ㆍ나토 협력에 관한) 로마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선언문에는 러시아와 나토가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 원칙은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나토ㆍ러시아 위원회 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됐다”면서 외교적 해법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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