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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한다더니"… 눌러 온 전기·가스요금, '대선 뒤' 줄줄이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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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한다더니"… 눌러 온 전기·가스요금, '대선 뒤' 줄줄이 인상

입력
2021.12.27 20: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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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가스공사 요금 인상안 전격 발표

2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27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내년 대선 이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내년 4월과 10월 두 차례, 가스요금은 5월, 7월, 10월 세차례에 걸쳐 각각 인상된다. 올해 에너지 원가가 꾸준히 올랐음에도 물가상승 부담을 이유로 공공요금을 눌러왔던 정부가 내년 대선 이후 순차적 인상 계획을 허용하면서 차기 정부가 그만큼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27일 내년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한전은 내년도 기준연료비를 두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h)당 총 9.8원 인상하고, 환경정책 비용 등을 반영한 기후환경요금도 내년 4월부터 ㎾h당 2원 올리기로 했다.

가스공사도 내년 5월부터 내후년 4월까지 적용되는 원료비 정산단가를 세 차례에 걸쳐 지금보다 메가줄(MJ)당 2.3원 올리기로 했다.

전기요금 2회, 가스요금은 3회로 분산해 인상

두 회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민부담을 고려해 요금 조정시기를 분산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전은 기준연료비를 내년 4월에 총 인상 폭의 절반인 4.9원 먼저 올리고 10월에 나머지를 올린다. 가스공사는 내년 5월 현재 MJ당 0원인 민수용 원료비 정산단가를 1.23원으로 올린 뒤 7월과 10월에는 각각 1.9원과 2.3원으로 더 올리기로 했다.

한 번에 오르지는 않지만, 이번 결정으로 겨울철을 앞둔 내년 10월엔 소비자의 체감 인상폭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내년에 총 5.6%의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이는 주택용 4인가구(월 평균 사용량 304㎾h 기준)로 치면 월 평균 1,950원(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 인상분)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스요금의 경우 전체가구 월 평균 사용량 2,000MJ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 2만8,450원에서 내년 10월 이후에는 3만3,050원으로 4,600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인상 요인 차고 넘친다”

업계에서는 이미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요인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전기요금의 내년 기준연료비는 최근 1년간(지난해 12월~올해 11월)을 기준삼아 산정하는데, 이 기간 동안 유연탄 가격은 20.6%, 천연가스는 20.7%, 벙커C유는 31.2% 상승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해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3원으로 동결한 뒤 4분기에 3원 올려 0원으로 회복하는 선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렀다. 최근엔 '공공요금 안정'을 명분으로 내년 1분기 단가도 0원으로 동결하면서, 한전의 적자 부담을 키웠다.

가스공사 역시 올해 말까지 누적된 원료비 미수금이 1조8,000억 원으로, 재무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처지다. 이런 인위적 요금 통제로 쌓이는 공기업의 부채는 추후 세금으로 메워지게 돼 "결국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격"이란 지적이 많았다. 가스공사는 “이번 인상 결정으로 누적 원료비 미수금은 향후 2년 내 회수돼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국민 기만” 비난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인상안 발표에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까지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 등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혀 온 정부가, 해가 바뀌기도 전에 요금 인상안을 사실상 허가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발표 브리핑에서 "특히 1분기 겨울, 동절기에는 전기, 가스요금 등은 동결하는 게 여러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공공요금 같은 경우는 무작정 억제보다 중요한 건 인상 시기의 분산이 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인상안 발표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는 "물가 부담이 큰 1분기에는 안 올리고, 그 이후 분산 인상하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 내년도 물가 전망에도 2분기 이후 공공요금 인상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요금 인상 시기가 모두 대선 이후인 점도 논란거리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시점에 (대통령이 바뀌는) 내년 4월부터의 인상안을 발표한 것 자체가 지금까지 에너지요금 운영이 정치적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라며 “국민을 기만한, 후안무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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