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직장 내 괴롭힘도 스트레스 요인"
지난 6월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남편 이홍구씨가 30일 서울 구로구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 앞에서 열린 산재신청 기자회견 중 유족발언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 서울관악지사는 27일 서울대 기숙사 건물 직원 휴게실에서 올해 6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모(59)씨에 대해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씨 유족에게 통지했다. 유족이 올해 9월 숨진 이씨에 대해 산재를 신청한 지 3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공단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질판위)가 작성한 판정서에 따르면 질판위는 “(이씨의)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4시간으로 만성 과로에 해당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주 6일 근무로 휴일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질판위는 이씨가 단순 업무 시간만으로는 산정되지 않는 고강도 육체 노동을 지속했다고 봤다. 질판위는 이 같은 육체 노동 사례로 이씨가 학생 196명이 있는 925동을 혼자 맡아 청소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건물에서 계단을 통해 쓰레기를 치우고 옮겨야 했던 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상황을 고려할 때 쓰레기 증가로 업무 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노후한 건물의 샤워실 곰팡이를 씻어야 하는 점 등을 꼽았다.
질판위는 이씨가 겪은 직장 내 괴롭힘이 이씨의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앞서 고용노동부 관악지청도 업무상 지휘·명령권이 있는 안전관리팀장이 이씨 등 청소노동자들에게 필기시험과 복장 점검 및 품평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내렸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판단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유족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권동희 노무사는 "이제야 고인의 숭고한 노동의 가치가 산재로 인정돼 다행"이라며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애써준 노동조합과 유족을 모욕한 이들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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