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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에 달렸다

입력
2021.12.27 18:00
수정
2021.12.28 08:48
26면
0 0
이충재
이충재주필

내우외환 지지율 하락, 尹 위기론 대두
김건희 이어 ‘이준석 리스크’ 해결 과제
‘윤석열의 敵은 윤석열’… 전면에 나서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에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에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최근 지지율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높은 ‘정권 교체론’에 기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게 위험하다고 봤던 터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권력이 넘어갈 때 정권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문재인에서 이재명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주 정권 교체론이 정권 재창출론과 엇비슷해진 게 이를 말해준다.

윤 후보가 “정권 교체는 해야겠고 민주당은 갈 수 없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한 말은 그의 솔직한 심정일 게다. 하늘을 찌르는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기대면 대통령은 따논 당상이라고 확신했다는 고백이다. 그게 아니라면 올 초만 해도 꿈에도 꾸지 않던 정치판에 재빨리 뛰어들 엄두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자신들을 도륙한 적장(敵將)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 것도 손 안 대고 코 풀려 했던 것 아닌가.

사실 윤 후보는 대통령 당선을 넘어 집권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다. 국회 다수당을 장악한 거대 여당의 존재가 ‘윤석열 정부’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인식에서다. 그가 입당 후 여러 차례 강조한 ‘압도적 정권 교체’란 말에는 이런 뜻이 내포돼 있다고 본다. 김한길의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기실 대선이 아니라 강력한 ‘윤석열 정부’ 만들기 전략인 셈이다. 과거 민주정부 인사들과 호남 세력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하지만 몸집 불리기도 그릇이 감당할 만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거물급 책사들을 한데 모아 놓는다고 저절로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김종인 김병준 김한길은 애초 기름과 물처럼 어울리기 어려운 사이다. 당이 지금처럼 갈피를 못 잡고 중구난방인 이유 중 하나는 대용량 스피커가 너무 많아서다. 외곽에서 ‘윤핵관’ 비판에 열을 올리는 이준석 대표도 마찬가지다.

냉철히 따지면 4ㆍ13 보선 이전의 국민의힘은 무기력했다. 변변한 서울시장 후보가 없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나. 내연하던 부동산 민심이 LH 사태라는 도화선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서울시장 압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야당은 여권의 실패를 먹고 산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선 이후 국민의힘이 한 일이라고는 문재인 정부 성토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보수 가치와 비전을 세우는 등의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가 외부 세력인 윤석열 끌어안기다. 오죽하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당에서 잔뼈가 굵은 후보들이 버려졌을까 싶다. 바람 잘 날 없는 국민의힘 내홍의 본질도 굴러온 돌과 박힌 돌 간의 파벌 싸움, 권력 다툼이다.

윤 후보는 대통령 자리를 너무 쉽게 얻으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족 의혹을 전혀 정리하지 않고 출마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뒤늦게 부인 김건희씨가 사과를 했지만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은 빛이 바랬다. 술자리를 휘어잡던 말솜씨와 정치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그는 요즘에야 실감할 것이다. 상명하복의 질서에서 배태된 리더십은 타협과 협상이 요체인 정치 리더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윤 후보는 가족 문제든, 당 내분이든 당당히 마주쳐서 해결해야 한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피하고 숨을 길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으로 마주한 ‘탄핵의 강’도 어차피 그가 건너야 할 숙명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직 식지 않은 정권 교체 여론에 비전과 가치를 쌓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윤석열이 지향하는 국가의 방향이 뭔지를 자신의 목소리로 솔직히 제시하기 바란다. ‘윤석열의 최대 적은 윤석열’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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