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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역전? 국뽕에 취할 여유 없다

입력
2021.12.29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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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한국의 국력 일본 추월'론
일부 타당하나, 여전히 격차 존재
일본의 자성에 도취하지 말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OECD 기준 2020년 평균임금은 일본 38,515달러, 한국 41,960달러로 한국이 앞선다. 유엔이 발표한 전자정부 순위도 한국은 2위, 일본은 14위다. 주식시가 총액이 삼성전자는 4,799억 달러로 14위인 반면, 도요타자동차는 2,444억 달러로 36위에 그친다."

대장성 관료 출신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 히도츠바시대학 명예교수가 최근 '겐다이 비즈니스'에 '일본은 20년 후 한국에 추월당한다. 유감스러운 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그는 다양한 지표를 제시하며 한국은 일본보다 풍요로운 나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2020년 기준 1인당 GDP는 일본 40,146달러 한국이 31,496달러로 일본이 높다. 2000년 일본의 31%에 불과했던 한국의 1인당 GDP는 78%로 격차가 좁혀진 상태다. 이런 추이가 계속되면 20년 후 일본은 1인당 GDP는 41,143달러, 한국은 80,894달러로 2배 차이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더 나아가 G7(주요 7개국)의 아시아 대표국가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 과연 일본은 뭐라 답할 것인가 라고 탄식하며 일본의 자성을 촉구했다.

1990년 이후 30년간 일본경제가 침체를 겪는 동안 한국경제는 비약적 성장을 거듭한 결과 한일 간 경제력 격차가 좁혀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일본이 정체에 빠지게 된 것은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의 변화 속에서 '갈라파고스섬'에 갇혀 제조업 시대의 성장 신화에 도취한 채 자기혁신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적자, 산업 경쟁력의 상대적 저하는 일본의 상대적 추락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반면 한국은 IMF 위기를 거치면서 기업과 경제의 뼈아픈 구조조정과 정치사회의 개혁을 통해 세계화와 정보화 혁명의 거센 도전을 나름 극복하는 저력을 발휘하였다. 이와 더불어 근년 들어 활짝 꽃피우고 있는 K팝, K영화, K드라마 등 대중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의 경쟁력은 세계 속에서 한국의 도약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군사력의 구성 요소인 방위비 지출만 보면 이제 한국과 일본은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되었다. 식민지와 전쟁의 아픔을 거쳐 한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경제, 군사, 문화의 면에서 과거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이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의 말처럼 과연 한국이 일본을 앞질러 갈 수 있을까? 30년간 일본을 연구해온 필자로선 누구보다 그러길 간절히 바라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는 생각이다. 그가 주목한 플로우로 본 경제지표 이면에 봐야 하는 것이 과거로부터의 축적까지를 포함한 스톡의 개념이다. 부자가 3대 간다는 말은 국가에도 적용된다.

인구가 2배 이상, 국토면적은 약 4배, 일본의 경제 규모는 아직 한국의 3배이다. 일본의 순 채권액은 3조 달러로 여전히 세계 1위, 한국은 1,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외환보유고는 일본이 약 1조3,000억 달러, 한국이 4,000억 달러다. 해외원조 금액은 한국이 일본의 약 1/7이다. 기술경쟁력의 기반인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의 숫자는 일본이 24명이고 한국은 아직 없다. 노구치 교수가 자성적 일본 비판을 위해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한국 칭찬을 마냥 국뽕에 취해 감격하여 유유자적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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