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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성탄 선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입력
2021.12.27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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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우주에서 관측 활동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NASA

우주에서 관측 활동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NASA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우리 은하에만 100만 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우리와 전혀 다른 지적 존재가 살면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 문명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천문학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로의 긴 여정을 출발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100배나 더 강력한 성능으로 허블보다 더 오래전의 우주와 빅뱅 후 최초의 별을 볼 수 있다. 주로 가시광선으로 관측해온 허블과 달리 제임스웹은 적외선으로 별을 본다. 적외선으로 우주를 보면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성운 안쪽의 별 탄생 과정과, 우주 물질들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빛까지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이라면 우주먼지에 가려지면 볼 수 없었던 영역이다.

이를 위해 지름 6.5미터의 반사경과 4개의 적외선 관측 장비를 갖추고 있다. 제임스웹은 가벼운 베릴륨 금속을 반사경으로 쓴 덕택에 덩치는 크지만 무게는 허블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주 반사경은 한 장이 아니라 18개의 육각형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사경 조각들은 발사 전에는 접혀 있다가 발사 이후에 우주에서 순차적으로 펼쳐야 한다. 한 달에 걸쳐서 반사경과 햇빛가림막, 태양광 패널들을 여러 단계에 걸쳐서 펼쳐야 하는 고난도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접힌 부분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펼쳐진다면, 제임스웹은 은색의 네모난 쟁반 위에 올려놓은 금색 벌집 모양의 거울이 된다.

제임스웹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외계행성에서 생명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메탄, 산소와 같은 바이오지표가 행성의 대기에서 발견되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아냈고, 제임스웹은 이 중에서 '제2의 지구'를 찾을 수 있는 매우 정교한 눈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웹은 먼 우주에서 오는 별의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허블보다 지구에서 훨씬 먼 곳에 있게 된다. 허블이 지구 저궤도인 560㎞에 있는 반면,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150만㎞나 떨어진 라그랑주 지점 L2에 자리 잡는다. 라그랑주 지점은 천체들 사이에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서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지점이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는 라그랑주 지점이 다섯 개(L1~L5)가 있다. 이 중에 제임스웹은 태양과 지구 바깥쪽에 위치해 온도가 매우 낮은 L2 지점을 선택했다. 이는 열을 내는 물체에서 멀리 떨어져 우주에서 오는 약한 적외선 신호를 잡아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프로젝트 출범 이후 25년 만에 드디어 우주로 출발했다.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도 처음 제안 이후로 명왕성 도착까지 26년이 걸렸다. 우주탐사는 언제나 이렇게 긴 호흡의 준비와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제임스웹의 성공적인 발사를 벅찬 기대를 갖고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초보다 10배 이상의 예산 증액과 여러 번의 기간 연장이 필요했던 이런 장기 프로젝트가 과연 우리나라였다면 가능했을까. 천문학의 역사를 새롭게 쓸 제임스웹이 보내올 소식이 기다려지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단일 성부의 음악만이 아니라 우주를 가득 채운 다양한 성부가 만들어내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귀 기울일 때가 아닌가 싶다.

*제임스 웹(James E. Webb)은 우주 탐험에 큰 업적을 남긴 미 항공우주국(NASA) 제2대 국장으로,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번 우주망원경을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명명했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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