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인권 운동과 민주화의 상징 데즈먼드 투투 성공회 대주교 선종에 세계 각계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투투 대주교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멘토이자 친구, ‘도덕의 잣대’였다”고 기억했다. 또 “투투 대주교는 적들 가운데서도 인류애를 찾으려는 의지와 유머를 절대 잃지 않았다”면서 “(부인) 미셸과 함께 그를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성탄 다음날인 오늘 우리는 신과 국민의 참된 종인 투투 대주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비통해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용기와 도덕적 투명성은 남아공의 억압적인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바꾸려는 우리의 약속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고인의 역할을 상기하고 “가난과 뿌리 깊은 인종차별 속에서 태어난 그는 더 낫고,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영적인 소명을 따랐다”며 “그의 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울려 퍼질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투투 대주교와의 만남, 그의 따뜻함과 유머를 기억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를 종식하고 새로운 남아공을 건설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투투 대주교의 별세 소식에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투쟁에 앞장선 그의 정신적 리더십과 활력 넘치는 유머를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투투 대주교가 “화해와 용서의 힘을 보여준 작지만, 위대한 인물”이라면서 “그는 불의와 인권 유린을 잊어서도 안 되지만, 동시에 사회가 나아가려면 복수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고인을 기렸다.
투투 대주교의 선종은 종교를 뛰어 넘은 추모로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는 자신의 조국인 남아공에서 인종 평등과 화해 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투투 대주교의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티베트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투투 대주교는 더 큰 공동의 선을 위해 헌신했다”면서 “그는 진정한 인도주의자이자 인권의 헌신적인 옹호자”라고 평가했다.
투투 대주교는 이날 오전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고인은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을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민주화를 이끈 지도자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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