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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에도 얼굴 빨개진다면...건강 적신호

입력
2021.12.28 05: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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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코로나19로 연말 모임은 줄었어도 '혼술'은 오히려 늘어나는 분위기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면 분해 효소 ALDH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연말 모임은 줄었어도 '혼술'은 오히려 늘어나는 분위기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면 분해 효소 ALDH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에 익숙해지는 연말이다. 12월만 되면 스테이크와 와인, 케이크와 샴페인 등 주류를 포함한 음식 조합이 회자된다. 연말 모임에 가면 더 마시라는 부추김을 자주 받곤 한다. 술을 마셔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잔만 마셔도 목부터 벌겋게 달아올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정도는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색이 변하는 사람은 불편함을 넘어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유해한 물질에서 비롯되는 숙취와 건강상의 문제가 뒤따른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알코올분해효소(ADH)에 의해 산화된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인 에탄올이 산화되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발암물질이기도 한 이것이 숙취의 주원인이다. 위장을 자극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고,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지게 만들며, 혈관을 확장시켜 피부를 빨갛게 달아오르게 한다.

우리 몸은 똑똑하게도 유독한 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산화시키는 또 다른 효소(ALDH)를 만들어낸다.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독성이 약한 아세트산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 효소의 활성도에 따라서 술을 마셨을 때의 위험도가 달라진다.

ALDH는 500여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 덩어리가 총 4개 결합된 형태의 효소다. 여기서 각 단백질의 487번째 아미노산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효소의 활성도가 달라진다. 4개의 단백질 중 어느 하나라도 아미노산이 변이되어 있다면 이 효소는 정상 범위에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하나의 ALDH를 구성하는 단백질 덩어리는 둘씩 결합하여 두 개의 이합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두 이합체 모두 변이 아미노산을 가지고 있을 경우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전혀 분해하지 못한다. 만약 하나의 이합체에만 변이 아미노산이 존재한다면 정상보다 효소 활성도가 낮아지게 된다.

ALDH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유전자에 따라서 결정된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각각 유전 정보를 물려받기 때문에 한쌍의 유전자를 가진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한쌍의 유전자가 모두 정상인 사람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효소들을 만들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충분히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숙취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부모 중 한 명에게서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은 변이 단백질과 정상 단백질이 모두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효소가 생성돼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해독하는 능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부모 모두에게서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정상적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아 소량의 술도 치명적이다.

ALDH에 대해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는 간단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은 이 한 단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유전자를 맹신하고 과음을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체내의 정상적인 대사 과정에서도 소량 만들어지며 음식이나 담배 연기를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ALDH 효소의 역할을 가중시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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