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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 수영 오심 피해 학부모들 "아이들 상처 아물기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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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 수영 오심 피해 학부모들 "아이들 상처 아물기 힘들 것"

입력
2022.01.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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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뒤바꾼 두 번의 오심에 한목소리 비판
"어린이대회라 얕보나... 연맹 정신차려야"
"괜히 나섰다 불이익 볼까 걱정도"
수영계 "연맹 집행부 사과하는 사람도 없어"

보배드림 캡처

보배드림 캡처

"혹시 아이들이 불이익 받지는 않을까 망설였지만,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 또 누군가는 피해 볼 것 같아 용기를 냈어요."

지난해 열린 전국소년체전 수영 종목 오심으로 피해를 본 선수의 학부모들은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목소리로 "어린이 대회라고 (얕보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며 이렇게 밝혔다.

남자 유년부 평영 50m 부정출발 오심으로 피해를 입은 선수의 학부모 A씨는 "우승한 선수가 출발할 때 바로 부정출발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니나 다를까 2, 3, 4등 선수 측 모두 이의를 제기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심판장이 부정출발이라는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얘(1등 선수)는 부정출발하지 않아도 원래 (실력이 좋아) 1등 할 아이였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실력이 좋은 아이는 맞는데 그렇다고 부정 출발을 덮어주는 건 도대체 어디에 있는 법이냐"며 "그런 식이라면 대회 출전하지 않고 금메달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저희 아이는 '다음 번에 잘 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심판장의 대응을 보니까 점점 화가 치밀었다"며 "그냥 주저앉으면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겨도 (연맹과 심판이) '심판 권한이라고 넘어가면 끝나는구나' 생각할 것 같아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부정출발한) 1등 선수야 열심히 하려다 실수했을 뿐이지 (아무런 감정이 없다)"며 "심판이 잘못 판단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A씨는 "다음에는 아이들 대회라고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심판장이나 연맹 관계자가 권한을 이유로 마음대로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일벌백계해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 상처 아물기 힘들 것" 걱정

대한수영연맹

대한수영연맹

남자 초등부 혼계영 200m 재경기로 순위가 밀린 팀의 학부모 B씨도 "당일(11월 10일) 경기를 마치고 축하받은 2, 3등팀 아이들이 다음 날 유튜브로 재경기를 보고 왜 재경기를 하는지, 왜 순위가 뒤바뀌었는지 묻는데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혼계영에서 처음으로 입상한 아이가 처음에는 재경기와 순위 바뀐 이유를 설명해줘도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며 "꿈과 희망을 갖고 이제 막 수영을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어른이 판단하면 끝'이라고 가르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A씨와 달리 B씨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는 계속 수영을 하고 싶어해, 이의신청했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기자가 취재에 나선 학부모나 코치 중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바닥이 워낙 좁아 익명으로 말해도 익명이 아니다"(학부모 C씨), "이의신청해도 어차피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지도자 D씨), "코치와 학부모 사이에, 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의신청을 할지 말지 이견이 있다"(지도자 E씨) 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만, 드러내 놓고 표출하지 못했을 뿐 연맹의 부실한 대회 운영에 분노하며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B씨는 "아이들의 상처가 아물기는 힘들 것"이라며 "두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맹 개선된 게 이 정도... 사과하는 사람 하나 없어"

2019년 7월 16일 자 한국일보 기사

2019년 7월 16일 자 한국일보 기사

수영계 인사들도 이번 소년체전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기록경기인 수영 종목의 특성상 한 대회에서 두 차례나 순위를 뒤바꾸는 오판이 나오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 지난해 11월 대회 직후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기자가 접촉한 몇몇 수영계 인사들은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퍼져 있었다.

이들은 연맹에 큰 실망감을 내비쳤다. 국가대표 출신의 한 지도자는 "수영연맹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는 게 이 정도"라며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수영연맹은 재정 악화와 임원들의 비리 행위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가 2018년 7월 벗어났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졌다. 2019년 광주세계선수권대회 때는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의류 및 용품을 우리나라 선수단에 지급하는 부실행정으로, 선수들이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린 채 'KOREA'라는 국가명도 없는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게 만들어 비난을 받았다. 이 일로 대한체육회는 김지용 당시 수영연맹 회장에게 6개월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연맹 회장 선거에서는 '특정 후보자' 밀어주기 의혹이 불거져 시끌시끌했고, 10월 국정감사 때는 부정채용 의혹이 일었다.

한 전문가는 "사고 터지고 이런 일(오심 논란)이 생겨도 연맹 집행부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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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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