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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후 아침에 심한 가슴 통증이 생긴다면…

입력
2021.1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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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해독 시 발생하는 물질이 ‘협심증’ 유발

술을 마신 뒤 새벽이나 아침에 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한다면 협심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술을 마신 뒤 새벽이나 아침에 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한다면 협심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을 구성하는 심장 근육(심근)은 3개의 관상동맥(冠狀動脈ㆍ심장동맥)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관상동맥이 딱딱해지고 좁아져 심장에 피가 부족해지면(허혈ㆍ虛血) 협심증(狹心症)을 앓게 된다. 협심증도 위험하지만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피가 흐르지 않는 심근경색이 되면 목숨이 위협받게 된다. 협심증 환자는 2015년 59만여 명에서 2019년 68만여 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쥐어짜거나 조이거나 뻐근하거나 터질 것 같거나…

평소 멀쩡하다가도 가끔씩 가슴 통증이 생긴다면 협심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협심증은 보통 가슴 중앙이나 왼쪽에 통증이 생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쥐어짠다’ ‘조인다’ ‘뻐근하다’ ‘누른다’ ‘답답하다’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왼쪽 팔이나 목·턱·등으로도 통증이 퍼질 수 있다.

협심증은 가슴 통증 양상에 따라 ‘안정형·불안정형·변이형’ 협심증으로 나뉜다.

조깅이나 등산 등 활동할 때 가슴 통증이 생기면 ‘안정형’ 협심증일 가능성이 있다. 5분 정도 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쉬면 바로 통증이 줄어 들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가슴 통증이 20~30분 정도 지속되고 활동할 때뿐만 아니라 안정을 취해도 발생한다.

‘변이형’ 협심증은 가슴 통증이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변이형 협심증의 경우 술·담배·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혈관이 수축해 더 조심해야 한다.

특히 술을 마시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이 간에서 해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발생한 물질이 혈관에 심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술을 낄 즈음인 새벽이나 아침에 심한 가슴 통증을 일으킨다.

심근경색은 협심증과 달리 가슴 통증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 통증이 극심해 대부분의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와 진료가 이뤄진다.

조성우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통증 빈도가 잦아지고 활동할 때뿐만 아니라 안정을 취해도 증상이 발생하면 무시하지 말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심근경색 조기 증상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국민 중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기준 48.7%에 그쳤다. 심근경색 사망률이 높은 것도 사람들이 이 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18년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가 3만2,000명으로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를 기록했다.

◇약물ㆍ시술 효과 없는 협심증엔 EECP 효과

협심증 진단을 받으면 약물 복용을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협심증 약은 평생 먹어도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약물 효과가 없으면 관상동맥 조영술 후 풍선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등을 시행한다.

문제는 약물ㆍ시술로 효과가 없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불인성(intractable) 협심증’ 환자다. 불인성 협심증 환자는 5~10%나 된다.

불인성 협심증이라면 ‘증진된 외부 역박동술(Enhanced External Counter PulsationㆍEECP)’ 장비를 이용해 종아리에서 넓적다리까지 순차적으로 심장 주기에 맞춰 압박해 관상동맥의 혈액 흐름을 늘려주는 치료가 효과가 있다.

EECP 치료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1,200여 의료기관에서 시행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600여 편의 관련 논문도 발표돼 안전성이 입증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2020년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도 받게 되면서 치료비 부담(종합병원 외래 기준 2만4,000원)이 크게 줄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석민ㆍ오재원 교수팀은 EECP 성능을 개선한 ‘이동형 전동식 외부 역박동 장치(Mobile/Motorized EECPㆍMECP)’를 개발했다.

MECP는 EECP보다 소음(58dB)을 줄이고, 장비도 소형화(무게 73㎏)해 이동이 가능해졌고, 시술 시 환자 통증도 줄였다. MECP는 2019년 식약처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고, 3건의 특허 출원ㆍ등록도 마쳤다. 협심증 환자 30명에게 시술한 결과, MECP가 EECP보다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경동맥 혈류가 EECP 시술에서는 10.3cm/s 늘어났는데 MECP 시술로는 14.4 cm/s나 증가했다

협심증 등 심장 질환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예방이 중요하다.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 ‘혈관 3대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혈압 120/80㎜Hg 미만 △공복 혈당 100㎎/dl 미만 △콜레스테롤 200㎎/dl 미만으로 관리하면 된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흡연·비만·스트레스 등이 심장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다. 따라서 이런 위험 인자를 관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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