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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맛집' 몰려든 시민들..."화려한 쇼 좋은데 안전, 거리두기 걱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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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맛집' 몰려든 시민들..."화려한 쇼 좋은데 안전, 거리두기 걱정돼요"

입력
2021.12.26 11:00
수정
2021.12.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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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가봤다]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파사드


23일 서울 명동을 찾은 한 시민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명동을 찾은 한 시민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를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마법 같은 순간(Magical Moments For You)'이라고 외친 크리스마스의 요정이라도 다녀간 걸까. 마법이라도 부린 듯 사람들로 가득찬 명동 거리는 잠시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2년 동안이나 사람의 발걸음이 끊겼던 한산한 명동 거리에 겨 과 함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입소문이 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주변은 매일 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의 마법도 해결하지 못한 현실 또한 우리 곁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전사고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인증샷 열풍...사진 찍으려는 사람들 몰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맞은편 서울중앙우체국 앞 광장에는 외벽의 화려한 이미지를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혜린 인턴기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맞은편 서울중앙우체국 앞 광장에는 외벽의 화려한 이미지를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혜린 인턴기자

23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엘이디(LED) 조명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기념 영상을 투사한 화려한 건물 외벽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백화점 건너편 인도에는 핸드폰을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이 들려는 이들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며 좀 더 멋진 구도로 찍으려고 수십 분을 기다리기도 했다. 공중전화 박스 등 다른 구조물과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자리가 제한돼 있다보니 줄을 서게 된 것이다.

사진을 찍으러 온 시민들은 긴 줄을 보고 "이게 줄이야?"라며 놀라 다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엄마와 함께 왔다는 10대 A양은 "맨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고 했다. 엄마 B씨는 "힘들긴 했지만 크리스마스 기분도 나고 딸이 예쁘다고 좋아하니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긴 대기에 지쳐 예민해진 사람들은 사진 찍는 곳 근처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자 "줄 서셔야 돼요", "지금 한 시간 기다렸어요"라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20대 세 명을 마주했다. 얼굴에 미소가 넘쳐나는 이들은 종로구에 산다고 했다. 실제 보니까 SNS에서 본 것보다 훨씬 예쁘다고 했다. "미루고 미루다가 크리스마스 지나면 혹시 없어질까 봐…" 코로나19 거리두기 때문에 방문을 미루던 30대 커플은 짧게라도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많이 접해 궁금했다"며 "직접 봐서 좋다며 마주한 실물을 추억에 담고자 사진 찍기 바빴다.




올해로 8년째...유독 올해 사람이 몰리는 까닭은

신세계백화점 서울 중구 본점 외벽에 설치한 미디어파사드 영상의 마지막 문구인 '당신을 위한 마법같은 순간(Magical Moments For You)'를 시민들이 촬영하고 있다. 정혜린 인턴기자

신세계백화점 서울 중구 본점 외벽에 설치한 미디어파사드 영상의 마지막 문구인 '당신을 위한 마법같은 순간(Magical Moments For You)'를 시민들이 촬영하고 있다. 정혜린 인턴기자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오늘 외벽에 LED칩 140만 개를 설치해 지난달부터 3분 14초 짜리 '매지컬 홀리데이(Magical Holliday)'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데 외줄타기하는 서커스 단원,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코끼리 곡예 등이 담겨있는 한편의 화려한 쇼 같았다.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투사하는 기법)는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연말 장식이다. 건물 면마다 광고가 붙어있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외벽 전체에 크리스마스 영상을 틀어 큰 화제가 됐다.

미디어 파사드를 기획한 신세계백화점 브랜드 비주얼 담당(VMD)팀 유나영 부장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어려운 시기에 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어 광고물을 과감히 없앴다"며 "크리스마스 때가 특수 시즌이기에 광고비가 약 2배임에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유 부장에 따르면 미디어 파사드는 1년짜리 프로젝트다. 2월 콘셉트회의를 시작으로 그림을 그려 영상화 작업, 음악 작곡, 매핑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신세계백화점 미디어 파사드는 내년 1월 21일까지 전시한다.


북새통 속 사람들 도로까지...경찰, 모범운전자들 진땀


경찰과 모범운전자들이 23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일대에서 차량과 보행자를 통제하고 있다. 정혜린 인턴기자

경찰과 모범운전자들이 23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일대에서 차량과 보행자를 통제하고 있다. 정혜린 인턴기자

도로 가까이로 사람이 몰리자 사진을 찍기 위해 화단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자칫하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듯 위험해 보였다. 또 사람들의 말소리와 함께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자원봉사 나온 모범운전자가 부는 호루라기 소리가 온 거리에 울려 퍼졌다. 사진을 찍기 위해 도로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잠시도 쉬지 않고 경적을 울리는 차들과 SNS에 올릴 예쁜 사진을 사수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루라기 소리와 경광봉의 반짝거리는 불빛은 멈출 새가 없었다.

실제로 23일 이전까지만 해도 큰 도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차 다니는 길까지 나가는 위험천만한 일이 잦았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날 도로 앞에 펜스를 설치했다. 그리고 경찰과 모범운전자가 펜스를 넘어가지 못하도록 지켜보고 있었다. "안으로 좀 들어가세요. 보도로." 모범이라 적힌 형광조끼를 입은 모범운전자들이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씩 도로로 이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들은 쉴 틈이 없었다.

모범운전자는 도로교통법상 경찰공무원을 돕는다. 신세계 본점 맞은편에서 만난 한 모범운전자에 따르면 이번 겨울 다행히 사고가 난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펜스 설치 전 사람들이 차로로 나가 통행의 불편과 위험을 키웠다. 결국 경찰 측이 모범운전자들과 함께 시민 보호 및 통제에 나섰다.




코로나 거리두기 실종

회현지하쇼핑센터 출구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부탁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정혜린 인턴기자

회현지하쇼핑센터 출구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부탁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정혜린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6,000명을 넘으며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된 상황에서 수백 명이 몰려 있는 모습도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친구와 함께 신세계 앞을 찾은 이모(23)씨는 "막상 와보니까 코로나19나 거리두기 걱정이 돼서 사진만 빨리 찍고 가려고 한다"고 걱정했다. 북새통 속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부탁하는 팻말을 든 직원도 보였다. 그러나 인파 속에서 소리 없는 외침은 시민들에게 전혀 와 닿지 못 했고, 당장 팻말 바로 옆도 사람들이 사진 찍기 위해 밀집된 상태였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공공구간을 회사 직원이 직접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펜스 설치와 모범운전자 협조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번 기획은 상업적인 의도 없이 코로나로 지친 시민 모두에게 위로를 드리고자 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주변 상점엔 손님 찾지만…여전히 고요한 명동거리

23일 저녁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명동 골목을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김세인 인턴기자

23일 저녁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명동 골목을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김세인 인턴기자

신세계백화점 맞은편에 있는 골목은 상점들의 불빛으로 환했다. 오후 8시를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만석인 식당이 눈에 몇몇 보였고 카페 안은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려 들어온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을 찍으러 모여든 사람들 주변에 줄을 길게 늘어선 호떡 집도 눈에 띄었다. 근처 상인들에게 요즘 가게 사정이 어떤지 묻자 행사가 시작되면서 손님이 많이 늘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지금은 손님이 많아 곤란하다며 바쁜 기색이 역력한 상인들도 여럿 있었다.

주변 식당에서 일하는 서모씨는 "영업 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줄었는데 사람은 더 늘었다"며 "신세계백화점에 사람이 모이면서 저희 식당을 찾는 분이 많아졌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매출이 더 올랐겠지만 (행사 안했던) 저번 달에 비해 나아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번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SNS를 타고 2030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주변 상권 역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카페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맞은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김모씨는 "백화점 행사 때문에 (건물 외벽에 조명이 켜지는) 저녁에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행사 덕분에 사람이 늘어 상권 거리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겠냐"는 희망을 내비쳤다. 1년 8개월 만에 장사를 하러 나왔다는 70대 김모씨의 노점 앞에도 손님이 많았다. 김씨는 "저거 나오고부터는 손님이 많아져서 일부러 나온다. (사진 찍고, 구경한다고) 사람들이 머무르니까 손님들이 하나라도 보고, 먹고 하는 것 같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함께 건넸다.



23일 저녁 텅 빈 명동거리의 가게들. 정혜린 인턴기자

23일 저녁 텅 빈 명동거리의 가게들. 정혜린 인턴기자

그러나 백화점 반대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자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시끌벅적하던 백화점 주변의 거리와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명동 거리는 화장품과 옷가게로 가득 차 있던 이전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임대’라는 네모난 쪽지가 상점 창문에 연달아 붙어 있었다.

정혜린 인턴기자
김세인 인턴기자
김정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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