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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에게 마스크는 ‘얼굴 속옷’… “코로나 후에도 쓰고 싶어” [특파원24시]

입력
2021.12.26 1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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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마스크 전시회에 다양한 마스크가 전시돼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마스크 전시회에 다양한 마스크가 전시돼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2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답답한 마스크 생활에 오히려 익숙해진 사람들이 있다. 신규 감염자 수가 크게 줄었음에도 젊은이들 중에 특히 많다. 최근 일본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오 판츠(顔パンツ)’라는 용어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가오 판츠’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얼굴 팬티’란 뜻으로, 마치 속옷을 벗은 것처럼 마스크를 안 쓰면 불편해하는 젊은이들의 풍조를 반영한 신조어다. 이달 초 주코쿠(中國)신문은 “노마스크가 무섭다”며 남에게 얼굴을 보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히로시마시 니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여성(24)은 신문에 “마스크를 쓰면 20% 더 미인으로 보인다. 멸시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 후에도 벗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20)은 “밖에서 맨얼굴을 드러낼 용기가 없다”면서 두 달 전 외식을 하다 얼굴을 드러내 조롱당한 경험을 밝혔다. 파스타를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는 순간 자신을 쳐다보던 남성 3인으로부터 짓궂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던 그는 “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부정당해 상처 받는 것이 무섭다”며 “평생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마스크를 썼다는 또 다른 남학생(21)은 “스트레스가 많은 집단생활 속에서 마치 가면처럼 써 왔다”고 밝혔다. 남이 자신의 표정을 읽을 수 없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생님으로부터 혼나도 받는 충격이 덜하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정보 인프라 운영업체인 ‘플라넷’이 올봄 4,000명을 상대로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도 외출 시에 마스크를 착용할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은 15.9%에 불과했다.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착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47.8%, ‘적극적으로 착용할 것’이 24.5%에 달했고 ‘주변 사람이 많이 쓰면 쓸 것’도 11.8%였다. 4명 중 1명은 조건 없이 착용하겠다는 것이고, 조건에 따라 착용하겠다는 사람을 포함하면 80%가 넘는 사람들이 착용한다고 답한 것이다. 얼굴을 가릴 수 있어 편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다무라 멘털 클리닉의 다무라 다쓰시 원장은 젊은이의 마스크 의존을 “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 중 하나”라며 일종의 ‘현대병’이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이 아닌 사람과의 직접적 교류에 서툰 젊은이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스스로를 방어한다는 설명이다. 요미우리신문의 야마구치 히로야 편집위원도 ‘가오 판츠’ 현상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했다. 사람들은 대화할 때 언어뿐 아니라 제스처나 목소리의 상태, 표정 등 ‘비언어적 정보’가 큰 영향을 미치는데 마스크는 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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