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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되면 40% 즉사”…풍선처럼 늘어난 '대동맥류'

입력
2021.12.23 21:23
수정
2021.12.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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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20~40대에도 적잖게 발생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40%가 즉사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기에 평소 정기검진을 통해 병의 유무를 파악하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40%가 즉사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기에 평소 정기검진을 통해 병의 유무를 파악하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혈관은 우리 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다. 특히 대동맥(aorta)은 몸속 ‘혈액 고속도로’라고 부를 정도로 혈액 공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대동맥은 3개 막(내막, 중막, 외막)으로 둘러싸인 튼튼한 관이지만 수도관이 시간이 지나면 녹슬고 막히듯 나이 들면 노화되면서 늘어난다.

이처럼 몸속 대동맥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늘어나 정상보다 1.5배 이상 넓어진 것을 ‘대동맥류(大動脈瘤ㆍaortic aneurysm)라고 한다. 대동맥류(뇌동맥류, 흉부 대동맥류, 복부 대동맥류)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찢어지거나 파열돼(대동맥 박리ㆍ大動脈剝離ㆍaortic dissection)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이 같은 대동맥 질환이 발생하면 40% 정도가 곧바로 목숨을 잃고, 1시간마다 1%씩 사망자가 늘어난다.

뇌동맥류나 복부 대동맥류는 공통적으로 파열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검진이 어렵다. 따라서 65세 이상, 흡연자, 고혈압 환자, 동맥경화 환자, 동맥류 혹은 뇌출혈 가족력이 있으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ㆍ복부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동맥류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뇌동맥류, 전 인구의 1% 발생

뇌동맥류(腦動脈瘤ㆍcerebral aneurysm)는 전체 인구의 1% 정도에서 발견되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5년 5만8,541명에서 2019년 11만5,640명으로 최근 5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년 이상에서 주로 생기며 환자의 50% 정도가 40~60대 여성이다.

배우 윤계상과 정일우가 최근 뇌동맥류 치료를 받은 사연이 보도된 바 있다. 방송인 조세호, 배우 안재욱, 가수 김돈규도 뇌동맥류를 앓았거나 치료 중이다. 지난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프로야구 선수 민병헌도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이처럼 20~40대에도 적잖게 발생한다.

뇌동맥류는 혈압에 의해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뇌동맥류가 갑자기 터지면 뇌와 척수 사이의 거미줄처럼 생긴 공간(지주막 아래)에 혈액이 스며든다(지주막하 출혈). 지주막하 출혈이 되면 30~50%가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까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주로 편두통, 긴장성 두통,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도 전조 증상이 생길 경우가 있다. 뒷목이 뻣뻣해지는 경부(頸部) 강직, 의식 저하, 극심한 두통, 오심, 구토, 사시(斜視), 복시(複視ㆍ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안검하수(윗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 등이다. 이 같은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을 의심할 수 있어서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뇌동맥류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자기공명 혈관 영상(MRA)'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종류와 양상이 다양하기에 뇌동맥류가 발생했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종일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MRA 검사로 뇌동맥류를 95% 잡아낼 수 있다”고 했다.

뇌동맥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혈관 염증과 손상, 유전적 혈관벽 문제, 뇌동맥 기형(모야모야병), 고혈압, 흡연, 마약류 사용 등이 위험 요인으로 추측된다.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에게서 뇌동맥류가 발견되면 자각 증상이 없어도 조기 검사가 필요하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클립결찰술(수술)이다. 이는 신경외과에서 시행하는 전통적 방법의 하나로 개두술이 동반된다. 수술은 보통 두개골편을 제거하고 뇌조직 사이에 있는 뇌동맥류를 확보한 뒤 의료용 클립으로 해당 부위를 결찰(매듭을 짓는 방법)해 동맥류 외부에서 혈액 흐름을 차단한다.

둘째는 혈관 내 코일색전술(시술)이다. 허벅지 대퇴동맥에서 카테터를 삽입하고 뇌 동맥으로 접근해 뇌동맥류 안에 얇은 백금 코일을 채워 넣어 뇌동맥류를 막는 방법이다.

이형중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코일색전술은 뇌동맥류의 목 부위가 좁거나, 머리 뒷부분(후순환계)에 생겼거나,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주로 시행한다”고 했다.

특히 다발성 동맥류가 있거나, 척추동맥-기저동맥에 동맥류가 발생했거나, 혈관 연축 등으로 동맥류 부근 혈관이 좁아졌을 때 머리를 열고 시행하는 클립결찰술보다 선호한다.

최근에는 뇌혈관 중재 시술 발전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플로우 다이버터(Flow Diverter)를 활용해 혈액이 뇌동맥류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시술 등 개두술을 동반하지 않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자기공명 혈관 영상(MRA)으로 촬영한 뇌동맥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기공명 혈관 영상(MRA)으로 촬영한 뇌동맥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복부 대동맥류, 지름 5㎝ 넘으면 6개월마다 정기검진해야

복부 대동맥류(abdominal aortic aneurysm)는 복부 대동맥 벽이 약해져 대동맥(지름 2㎝)이 1.5배 이상 늘어나는 질환이다.

복부 대동맥류가 찢어지거나 파열되면(대동맥 박리) 환자는 '도끼나 망치로 내리 찍는 것 같다' '칼로 찌르는 것 같다'는 등 평생에 가장 심한 통증을 겪게 된다.

성기익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대동맥 박리로 인한 통증은 주로 가슴 앞쪽, 등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배 위쪽에 나타난다"며 "대동맥 박리 발생 초기에 통증이 가장 심하고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했다.

대동맥 박리라면 40% 정도가 발병 즉시 목숨을 잃고, 1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1%씩 증가한다. 합병증으로 실신, 의식장애, 뇌졸중, 하반신 마비, 장 혈류 이상, 장 괴사, 콩팥 기능 상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박양진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혈관센터 교수는 “복부 대동맥류는 한 번 발생하면 저절로 없어지지 않고 서서히 늘어나 파열될 수 있다”고 했다.

고현민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복부 대동맥류는 다른 질환 진단을 위해 시행한 초음파검사와 복부 CT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복부 대동맥류 진행을 막는 방법이 아직 없어 지름이 5㎝ 미만이라면 6개월에 한 번씩 변화를 지켜보는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복부 대동맥류 파열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름 5㎝ 이상이라면 개복해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인조 혈관(vascular graft) 치환술)이나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시행해야 한다. 인조 혈관 치환술은 4~6시간 걸릴 정도로 고난도 수술이지만 성적은 크게 좋아지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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