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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어린 마음과 멀리서나마 나란해질 수 있도록 시를 쓸 수 있다면"

입력
2022.0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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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부문 당선자 전율리숲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전율리숲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전율리숲


2021년 여름, 문득 폰 메모장에 두드려 보았습니다. 조금 어린 사람, 타협하지 않는 어린 마음, 사랑의 생활습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 싶던 몇 가지 일을 시작해보게 된 건 힘든 시간들 때문이었는데요. 도리어 새로움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따금 자유롭게 동시를 써보자. 다시 만나고픈 마음을 향해 제멋대로 쓴 몇 개의 글들이 파일 속에 쌓여갔습니다.

포켓사이즈의 '피터래빗 이야기'를 한동안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닌 적이 있는데요. 잠깐 쉬어야할 때 콩알만큼 읽고 덮는 일을 반복했는데, 어느새 표지가 닳아버렸어요. 어여쁘고 단단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그림도 그림이지만, 맨 뒤에 작품 해설에 실린 작가의 말이 어른인 제게는 너무도 중요했어요. "(…)지식과 상식으로 균형을 잡고 더 이상 밤의 날아오름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아직도 우리는 삶의 이야기를 아주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그 구절을 마음에 단추처럼 달아 언제나 모든 일에서 틀리지 않기만을 바라는 저를 일깨워 줄 부드러운 지침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지만 저의 어린 마음과 아주 멀리서나마 나란해질 수 있도록 숨을 고르고 시를 쓸 수 있다면 삶은 좀 더 길고 의미있는 길로 여겨질 것 같았습니다.

제 글이 채택된 건 모처럼의 운 덕분이겠지만, 다가가고 통과한 시간의 여운을 좀 더 많은 분들과 누릴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기회라는 건 늘 시간의 색깔에 대해서만 작용하는 것이고 그 안의 관계를 가꾸는 일은 당사자에게 달려있을 거라는 언젠가의 생각을 실천에 옮겨 노력해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소중한 해율선생 두둥 지난 일년 고생도 많았던 기타치는 영석 수줍게 용감한 창숙님 긴 여행중인 js님 꿈 속 이야기 율리숲을 쉼표로 끊어내지 않고 단번에 떠올립니다. 친구들이야말로 제 뺨에 제 눈길에 빛과 어둠을 더해주었고 멋진 책들과의 만남에 응원을 보태주었습니다.

그리고 여덟 살 때부터 저의 가장 비밀스러운 친구였던 음악에게도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입은 단어를 활자로 소리내어, 그림처럼 펼치고 싶도록 사랑하는 음악들이 도와주었습니다.

제 글에 흔적으로 남은 소중한 기억을 함께 해주신 분들께도 인사를 건네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근 몇 년간 여러가지 이유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중간중간에는 혼자서는 불가능한 생각의 장소를 마련해주는 분들이 계셨고 덕분에 저는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에 대한 용기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못한 이 감사한 경험 속에서 저는 이제 무거움보다는 온전함으로, 작은 삶의 시를 써나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1980년 서울 출생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

△다양한 음악들에 관한 글을 쓰며 지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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