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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행복과 이익에 부합하면... 조부모도 손주 입양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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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행복과 이익에 부합하면... 조부모도 손주 입양 가능하다

입력
2021.12.23 16: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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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직후 조부모에 양육
친생모는 교류 거의 없고 입양 동의
1·2심 "가족 질서 혼란 초래" 불허했으나
대법 "자녀 행복·이익 부합하면 가능"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건 등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건 등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뉴시스

집을 떠난 친모를 대신해 아이를 키운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부모의 입양이 아이의 복리(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 등 2명이 낸 '미성년자 입양허가' 소송 상고심에서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자라온 손자... "사실 알게 될까 걱정"

A씨 딸은 고교 시절 B군을 임신한 후 남편과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출산 직전 협의 이혼했고, B군이 생후 7개월쯤 A씨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집을 떠났다.

A씨 부부 손에서 자란 B군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부모를 엄마·아빠로 불렀다고 한다. 부부는 B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신들이 조부모였다는 점을 알게 될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B군의 입양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B군 친모도 A씨 부부의 입양에 동의했다.

하지만 1·2심은 입양을 허가하지 않았다.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친부모가 된다면 B군이 자신을 낳은 친모를 누나로 불러야 하는 등 가족 질서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상태에서 A씨 부부가 B군을 양육하는 데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굳이 입양을 하지 않더라도 A씨 등이 후견을 통해 B군을 양육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의 행복·이익 충분히 심리한 뒤 허용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나 '입양이 손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허용할 수 있다'며 달리 판단했다. "법원이 미성년자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민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 입양특례법 규정도 제시했다. 전원합의체는 또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해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B군의 입양이 곧바로 인정된 건 아니다. 전원합의체는 조부모에게 입양될 때 아이가 어떤 행복과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원심 심리가 부족했다며 이를 다시 따져보라고 주문했다. 양부모가 양육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입양 동기가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본 뒤 B군의 입양 허가를 결정하라는 취지다.

전원합의체는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 밖의 다른 혜택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자녀 정체성 혼란 야기 우려 커"... 반대 의견도

반면 조재연 민유숙 이동원 대법관은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은 다수 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면서도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는 경우 조부모의 입양 허가는 (여러 발생 가능한) 우려가 모두 해소될 수 있을 때 허가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한 “조부모가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고 친자녀인 것처럼 키우기 위해 입양하는 경우 향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며 “친생부모가 다시 친권과 양육권을 회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부모가 친생부모의 지위를 영구적으로 박탈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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