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리기술 보호전략' 발표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우려도
앞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 관리된다. 또 해외 이직 제한이 필요한 핵심인력에 대해선 별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출입국 상황도 모니터링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 핵심기술과 우수 인력에 대한 국가차원의 선제적인 보호 차원에서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하(下) 우리기술 보호전략’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벤처부, 특허청, 방위사업청이 이날 발표한 기술보호대책의 목표는 ‘핵심기술 보호와 인력 선순환을 통해 산업 및 국가 경쟁력 강화’로 요약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핵심 기술 선제적 보호 시스템 구축 △핵심인력 유출방지 및 국내 선순환 구조확립 △중소기업 기술보호·기술거래 역량 강화 △사이버 기술유출 방지 △범부처 협력 및 국제 기술통상 공조 강화 등 5개 세부 전략을 이행할 계획이다.
이번 전략은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패권주의가 심화되고, 동맹국 간 공급망·기술 협력이 확대된 가운데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기술 후발국은 신속한 시장진입, 개발리스크 완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사이버 해킹 등으로 기술탈취를 시도하고 있다”며 “해외 취업과 외국인 유입 등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도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검찰청, 경찰청, 특허청은 기술 유출 및 침해행위 사건 수사를 맡는 등 부처별로 기술보호대상을 차별화해 관리 중이지만, 다양한 기술 유출 유형에 대응할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의 M&A가 정부심사의 사각지대에서 이뤄지거나, 방산업체의 사이버 대응체계 구축도 부족하다는 측면에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날 각 부처가 뜻을 모아 핵심기술의 선제 보호 시스템 구축에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부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부장 등의 주요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 추가해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등록 의무화로 수출·해외 M&A 통제, 보호조치 이행 등의 제도 실효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보안과제 확대, 보안우수기관 연구개발(R&D) 선정평가 시 우대 등 국가 R&D 보안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핵심인력 유출 방지에도 적극 나선다. 해외 이직 제한이 필요한 핵심인력 DB를 구축해 이직 및 출입국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핵심인력 DB 모니터링만으로도 진일보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부분 기업에서 출입국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방과학연구소 핵심 연구인력의 퇴직 후 해외 취업 시 사전 승인, 외국인 접촉 시 신고 의무 부여 및 보상체계도 갖춘다. 협력사 핵심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및 퇴직인력 국내 재취업 지원사업도 확대, 해외보단 국내에서의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해외 기업이 파격적인 대우를 내세울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선 정부의 강화된 인력 관리가 향후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연구계 관계자는 “우수 인재가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명예 제고, 직무발명보상금을 내실화해야 한다”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규제보다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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