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신시대 리얼리즘 외교’를 표방하며 현실적인 대중국 외교를 추진할 방침을 시사했다. 최근 자민당 보수 강경파가 연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천명할 것을 총리에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와 거리를 두며 균형 외교를 중시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열린 요미우리국제경제간담회(YIES)에서 강연하며 대중국 외교의 기본 자세에 대해 “보편적인 가치를 배경으로 하면서, 한편으론 안정적인 관계도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중일 국교정상화에 노력한 오히라 마사요시 전 총리의 이름도 언급하며 “이러한 외교의 뼈대를 계승하면서 주체적인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히라 전 총리는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에서 외무장관으로 취임해 같은 해 9월 다나카 총리와 함께 방중, 중국과의 국교 수립을 이끌었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파벌인 고치카이(宏池会)가 전통적으로 아시아 중시 외교방침을 취해 왔다는 점을 주의환기하며 “자민당의 보수계 의원들은 중국에 엄격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제계에선 관계 개선 기대도 뿌리 깊어, 균형을 중시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현재 중일 관계는 균형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는 중국 해경선에 의한 도발 행위가 계속되고 있어 총리가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에는 중일 수교 50년을 맞는데, “2월에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 여당 내에선 ‘외교적 보이콧’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총리의 균형감이 곧 추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 임시국회 폐회에 맞춰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적절한 시기에 판단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 당내 강경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장은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을 트위터에 인용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외교적 보이콧을 하지 않겠다고) 태도를 표명하고 있는 한국 쪽이 낫다”며 비꼬았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지만 여론은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언론사들이 지난 18, 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각각 달랐다. 아사히신문은 찬성 35%, 반대 43%였지만 마이니치신문은 찬성이 52%로 반대(29%)보다 많았다. 산케이신문은 찬성 45.4%, 반대 44.1%로 팽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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