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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난 심각한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 허용… 유엔도 동참

입력
2021.12.23 15:45
수정
2021.12.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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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유엔 등 '인도적 지원' 허용
인도적 목적의 송금 허용...세계은행 3,000억 원 지원
유엔 "아프간인 4,000만 명 중 2,400만 명 기아 위기"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의 한 빈민촌에서 한 아이가 맨발로 서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의 한 빈민촌에서 한 아이가 맨발로 서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제사회 제재로 아프간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대규모 기아, 난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아프간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국제 원조에 한해 아프간에 물자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발급했다. 이 자격에 따라 미국 정부와 유엔, 비정부기구 등 국제단체들은 아프간에서 활동하며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일부 금융 거래에 대한 제재도 풀렸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아프간인들이 자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할 수 있고, 미국 당국이나 유엔이 아프간 내 세금, 수수료, 공과금 납부 등 공적 업무와 관련한 금융 거래도 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유엔의 경우 아프간 내 유엔 시설을 경비하는 아프간 내무부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있게 됐다.

안보리도 이날 아프간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금융자산 지급, 상품과 서비스 제공 등을 1년간 허용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제재가 풀리면서 세계은행은 올해 말까지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아프간에 2억8,500만 달러(약 3,383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에서 아프간인들이 세계식량계획이 배포하고 있는 구호 물자를 옮기고 있다. 칸다하르=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에서 아프간인들이 세계식량계획이 배포하고 있는 구호 물자를 옮기고 있다. 칸다하르=AFP 연합뉴스

지난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국제사회는 95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 규모의 아프간 정부 해외 자금을 동결했고, 세계은행도 경제 지원을 중단했다. 해외 원조에 기대 있던 아프간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 위기에 처했고, 식량과 연료 부족으로 아프간인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려왔다. 유엔은 앞서 “아프간 인구 4,000만 명 중 2,4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탈레반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건 오테이거스 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떤 방법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있는 영토를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합법성을 얻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매우 위험한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 같은 우려에 “겨울을 앞두고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위기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탈레반이 결정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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