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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 그만”… 하버드대 교수 스파이 논란에 中 되레 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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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 그만”… 하버드대 교수 스파이 논란에 中 되레 큰소리

입력
2021.12.23 13:00
수정
2021.12.23 14: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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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천인계획 참여 美 리버 교수 유죄 평결
"신상 털기식 매카시즘 멈춰라, 정치 박해"
'걸면 걸리는' 주머니 범죄라며 中 역정 내
中 겨냥 '차이나 이니셔티브' 향한 맹공도

21일 미국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그는 '천인계획'에 참여해 중국 정부로부터 매달 6,000만 원의 월급을 받아와 스파이로 몰렸다. 보스턴=로이터 연합뉴스

21일 미국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그는 '천인계획'에 참여해 중국 정부로부터 매달 6,000만 원의 월급을 받아와 스파이로 몰렸다. 보스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옹졸한 경찰국가다. 스파이 위협은 억지다.”


2019년 4월 미국이 중국 핵심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 학자 30여 명의 입국 비자를 취소하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격렬히 반발했다. 이후 양국의 무역전쟁은 격화됐다. 미국과 중국은 고율의 관세폭탄을 주고받았고 이듬해 1월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휴전할 때까지 긴장이 고조됐다.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미 법원이 2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은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에게 유죄 평결을 내리자 중국은 “신상 털기식 매카시즘을 그만두라”고 촉구하며 거칠게 맞섰다. 이로 인해 중국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이 난타를 당한다면 첨단 과학기술 육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 언어ㆍ문화 전파기관을 표방한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잇따라 철퇴를 맞은 데 이어 과학계까지 치명상을 입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중국은 “과학자들에 대한 정치적 박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리버 교수가 당국에 진술한 내용이나 세금 신고가 허위일 뿐, 그가 중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정보를 훔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천인계획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 검찰이 리버 교수를 기소한 것은 악명 높은 ‘주머니 범죄(口袋罪)’라는 지적도 나왔다.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하고 형법의 특정 조문에서 정의할 수 없는 행위를 그것에 가까운 조문으로 적용한 범죄를 의미한다. 명백한 범법행위가 아닌데도 리버 교수의 잘못을 중국과 연결시키기 위해 ‘걸면 걸리는’ 식으로 애매하게 법을 적용했다는 불만이 깔렸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 사법당국이 법에 익숙하지 않은 용의자의 의도치 않은 실수를 이용해 죄인으로 몰아가는 건 쉬운 일”이라며 “미소 냉전시절 이념 대립으로 인한 매카시즘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은 리버 교수를 법정에 세운 ‘차이나 이니셔티브’로 화살을 겨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법무부가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미국 과학자들이 민감한 정보를 중국에 제공하는지 감시ㆍ추적해왔다. 그 결과 과학과 학술연구 분야에서 공포와 중국 혐오론을 확산시켰고 미국 또한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좀먹는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신화 뉴시스


실제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무리수로 판명되기도 했다. 올해 6월 미 녹스빌 테네시대학의 중국계 캐나다인 교수는 지난 3년간 스파이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조사를 받았지만 재판에서 심리 무효 결정을 받아 풀려났다. 당시 미 검찰은 다른 연구원 6명에 대한 고소도 취하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미국이 경제 스파이를 타격한다는 명목으로 과학자를 억압하며 정상적인 과학기술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파이 논란으로 미중 양국이 맞붙은 사례는 적지 않다. 2019년 3월 미 정치권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불법 로비스트로 활동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사업가를 지목하자 중국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라고 맞받아쳤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별장에 들어가려다 붙잡힌 30대 중국인 여성에게 스파이 혐의를 덧씌우자 “영어도 못 하는데 무슨 스파이냐”고 일축하기도 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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