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기자’란 이름으로 이 땅에 여성 기자가 탄생한 지 101년, 1961년 30여 명의 여성기자들이 ‘여기자클럽’이란 이름의 연대의 틀을 만든 지 60년 만이다. 오늘날 1,500여 명의 회원을 둔 한국여성기자협회의 창립기념식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창립 행사에 대해 김수정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은 “여자로, 엄마로, 기자로 취재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상황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역대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들과 회장단,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 여야 당대표와 국회부의장, 재계인사와 외교관 및 언론단체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수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그동안 한국여성기자협회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평등, 공정의 물결을 만들어왔다"며 "한복차림으로 펜을 들었던 선배들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권력에는 날카로운 저항군, 약자에겐 따뜻한 응원군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영상으로 대신한 축사에서 “여성기자로서 단단한 유리천장을 허물고, 남성들이 보지 못하는 사회 문제점들을 포착해 공동체의 안녕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여성기자협회의 60주년을 축하했다.
대선 후보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최초의 여성기자 명칭이 부인기자였고, 나름 개선한 것이 여기자, 이제 여성기자로 진화했지만 언젠가는 여성이란 이름 자체도 붙일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라며 “여성들이 겪는 유리천장을 포함한 거대한 사회적 벽들이 제거되고 성적 차이라는 것이 사회생활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자아실현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 사회가 앞당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최초의 여성기자인 이각경 기자가 1920년대 매일신보에 들어간 후 첫 일성이 ‘여성을 멸시하는 조선사회 바꾸자’였다”며 “그런데 101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일성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여성기자의 삶은 어떤가 반문하는 자리가 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이 2019년부터 아시아 1위의 언론자유국가로 자리매김했는데 언론자유에 맞게 책임과 신뢰도를 높여 한국 언론이 세계의 가장 모범적 언론으로 발전하는 데에 여성기자들의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후보는 언론에 진정한 성평등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올해 젠더 이슈가 젊은 세대를 휩쓸며 여러 어젠다를 낳았으나 역설적이게도 여성기자들 모임이라는 게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기자의 취재환경이 아직 완전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며 “언젠가는 여성기자협회가 수명을 다해 사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여성기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기념저서 발간식과 신동식, 이정희, 장명수, 홍은희, 홍은주, 김영미 전 회장에 대한 공로패 증정도 함께 이뤄졌다. 1963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종합일간지 최초 여성주필과 최초 여성사장을 거친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은 “여성기자 선배로서 후배 여성기자들을 위해 길을 더 탄탄하게 닦고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후배들의 활약을 보면 너무나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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