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청소년 부문 수상작 '엄마 도감' '국경'

엄마 도감·권정민 지음·웅진주니어 발행·48쪽·1만3,000원
'어린이'라는 말이 출판계 안팎에서 독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한 해였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이 그만큼 많았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에서 의미를 찾는 어른 독자들이 어린이책의 양식과 내용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독자의 폭이 넓어졌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좋은 책도 늘어났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를 구체적으로 중심에 둔 책이 지금보다 충분히 많아야 한다.
후보작 가운데 '안녕? 나의 핑크 블루'는 성별과 연령에 대한 이분법을 허물고 시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선명한 기획이 돋보였지만 처음부터 그림책으로 구성된 작업이 아니어서 연결의 흐름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청소년 소설 '나는 무늬'도 문학의 진지한 힘이 느껴지는 수작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림책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같은 작가의 '긴긴밤'과 경합하면서 후보작에 올라왔고 끝까지 심사의 중심에 있었다. 오래된 독일의 민담을 우리의 현실로 가져온 풍자와 완성도 높은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지만 어린이 독자가 어느 부분에서 공감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렸다.
긴 논의 끝에 그림책 '엄마 도감'과 '국경' 두 편이 공동 수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엄마 도감'은 희생의 상징으로 뭉뚱그려져 온 '엄마'라는 존재를 어린이의 눈으로 낱낱이 다시 보는 작품이다. 작가는 전작들을 통해 식물, 동물 등의 다른 약자의 존재를 전복적으로 조명해 왔는데 '모성'을 여기에 결합시킨 부분이 높이 평가되었다. 사실적인 그림은 모성의 신화화를 거부하는 각성의 장치로 작용한다. '국경'은 분단국가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의를 갖는 알찬 논픽션 그림책이다. 인문 지리와 자연 지리적인 요소를 골고루 다루면서 감염병과 생태적 위기를 공유하고 통신망이 세계를 연결하는 현실 속에서 마지막 남겨진 '국경'의 의미를 찾아낸다. 두 권 모두 우리 그림책의 현재적 성취를 보여주는 역작이었다.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의 어린이 독자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국경·구돌 지음·해랑 그림·책읽는곰 발행·64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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