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인구 39만명 증가, 100만명 미만은 84년 만
코로나 사망 급증·출생률 감소…17개州 인구 감소
최근 1년간 미국 인구증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출산이 감소하고 해외 이민자 유입이 줄어든 반면, 사망자는 크게 증가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 인구조사국은 21일(현지시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미국 인구가 39만2,665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100만 명에 못 미친 것은 1937년 이후 처음이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0.1%로, 인구조사국은 “건국 이래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총 인구는 약 3억3,000만명 수준이다.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자연 증가분은 14만8,000여 명에 불과했다. 주(州) 단위로 살펴보면 전체 50개 주 가운데 절반 가량인 24개 주에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뛰어넘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사망자가 무려 4만5,000명이나 많았다. 인구가 줄어든 주도 17곳이나 된다. 뉴욕주는 1.6%, 일리노이주는 0.9% 감소했다.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가 꼽힌다. 고령화로 인한 사망 외에도 코로나19 사망 사례가 급증하면서 인구증가율을 둔화시켰다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80만3,500명에 달했다. 총 사망자(335만8,8000명)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건강 우려로 임신ㆍ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윌리엄 프레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팬데믹이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 인구통계학으로 드러났다”며 “팬데믹이 종식돼 사망자가 줄어들더라도 출생률이 저조한 탓에 인구증가율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출산율 감소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성별 불균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린다 칸 뉴욕대 교수는 “여성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남성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로 직장을 잃었고, 등교를 못하는 아이를 돌보느라 스스로 그만두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압박은 가중됐으나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유입된 이민자는 2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민자 수가 자연 증가분을 앞지른 것도 사상 처음이다. 2016년만 해도 연간 이민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지만,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비자 발급이 중단되면서 대폭 줄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2007~2009년 경제 불황 이후 출생률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반(反)이민 정책도 이민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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