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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대통령은 왕(王)이 아니다. 왕은 동서양 구분 없이 타고났다. 서양은 왕권신수설로 왕권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었다. 동양의 왕은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였다. 또 대체로 세습됐다.
이에 비해 대통령은 출신과 경력에 관계없이 도전할 수 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점도 다르다.
우리나라 왕의 시대에는 정치와 행정의 구분이 모호했다. 관리들이 정치를 비롯해 행정, 사법 등을 책임지며 국가를 경영했다. 그 관리들은 대부분 과거시험을 통해 등용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임명직은 국가가 인정하면 됐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선출직은 국민의 선택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전에는 사주(四柱)에 '벼슬 관(官)'만 있어도 됐지만, 지금은 '도장 인(印)'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를 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이를 '관인상생(官印相生)'이라 한다. 관성(官星)이 인성(印星)을 도와주는(生) 것으로, 예로부터 귀한 사주로 여겼다.
관성은 사주의 주체인 일간(日干, 생일의 위 글자)을 팔자(八字)의 나머지 일곱 간지(干支)에서 극(剋)하는 오행(五行)을 말한다. 일간의 오행(木·火·土·金·水)이 木(甲,乙)일 경우 金(庚·辛, 申·酉)이 관성(金剋木)이다.
인성은 일간에 도움을 주는(生) 것이다. 일간이 木(甲·乙)일 경우 水(壬·癸, 子·亥)가 인성(水生木)이 된다.
바위에서 샘물이 솟듯, 관성(金)은 인성(水)의 바탕이 된다(金生水). 또 물이 나무 생존에 필수이듯 인성(水)은 일간(木)을 도와준다(水生木). 즉 관성은 인성을, 인성은 일간인 나를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金生水, 水生木 상생(相生)의 원리다.
관성은 자신을 극(剋)하고 억제하는 것이다. 사주에 관성이 중화되고 발달한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목표한 바를 이룬다. 관성은 사회에서 직함이며 명예다. 반면 인성은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증명서로 타인으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증표다. 관성은 적응이고 인성은 성취를 나타낸다.
관인상생 사주는 조직에서 결재권자가 된다. 또는 명망가나 대학자가 되기도 한다.
현재 두 명의 유력 대선 후보자들은 모두 예전 관리의 등용문인 과거시험(사법시험)에 합격한 공통점이 있다. 국가가 요구하는 필요한 인재임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각각 공적 분야의 장(長)을 지낸 바 있어 인성 역시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운(大運, 10년 운)과 선거의 해(壬寅年) 운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주로 당선 여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대선 주자들의 사주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감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사주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아 믿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 사주라고 알려진 것들도 마찬가지다. 또 대통령 사주라고 특정할 만한 통계 모집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내년이 비록 20대 대통령이지만 실제로 선출된 사람은 10명이 안 된다. 따라서 공통적인 표본이 없다. 여기에 '사주는 같아도 해석은 다르다'는 명리 격언도 적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역마살(驛馬煞)과 도화살(桃花煞)이다. 과거 천시했던 기질이 현대 생활에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시대를 선도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자질은 변한다.
매월당 김시습은 '애민의(愛民義)'라는 산문에서 "…민심이 돌아와 붙으면 만세 동안 군주가 될 수 있으나, 민심이 떠나서 흩어지면 하루가 못 가 필부가 된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 사주는 국민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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