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이 지난해 8월 수해 발생 이후 무려 10개월 간 생활폐기물 2,750여 톤을 재난폐기물로 둔갑시켜 처리하고, 해당 처리비용 9억여 원도 폐기물 처리 재해복구비로 지급된 국고 보조금에서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이 유용 금액과 보조금 집행 잔액 등 76억여 원을 환수키로 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재난폐기물 부풀리기 여부 등에 대해선 세부 검토를 하지 않아 구례군이 실제 조작한 재난폐기물 처리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 있다.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수해폐기물 재해 복구를 위해 구례군에 내어 준 국고 보조금 213억7,700만 원을 정산·심사한 결과 보조금 확정액을 137억1,000여만 원으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국고 보조금은 자치단체(보조사업자)가 수행하는 사업 중 공익성이 인정되는 사업에 대해 국가가 일정 비율을 보조하는 지원금이다. 이 돈은 보조사업자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조사업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구례 지역에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하자 폐기물 처리 재해 복구 목적으로 보조율 100%짜리 보조금을 두 차례 걸쳐 구례군에 지급했다.
그러나 구례군은 수해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써야 할 보조금을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에도 사용했다. 구례군은 지난해 자체 예산(8억 원)을 편성해 생활폐기물을 순천시 자원순환센터로 반출, 위탁 처리해 오다가 수해 발생 이후부터는 재난폐기물로 둔갑시켜 처리했다. 처리비용은 1톤당 33만 원으로, 구례군은 이 비용을 국고 보조금에서 빼서 사용했다. 생활폐기물 처리비는 1톤당 21만 원이다.
실제 영산강환경청은 보조금 정산 결과 구례군이 지난해 8월 10일부터 11월 18일까지 생활폐기물 1,039.29톤을 재난폐기물로 속여 반출 처리한 것으로 봤다. 이 기간 구례군이 생활폐기물 계근(計斤) 기록도 작성하지 않은 탓에 영산강환경청은 최근 3년간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 처리량(10.29톤)을 적용했다. 영산강환경청은 구례군이 계근 기록을 다시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올해 5월 9일까지 생활폐기물 1,660.1톤을 재난폐기물로 처리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수해 당시 구례군이 침수 피해 주민들에게 50ℓ짜리 종량제봉투 1만4,780장을 무상 배부했는데, 이에 따른 생활폐기물 221.7톤도 재난폐기물로 반출 처리된 것으로 영산강환경청은 판단했다. 특히 올해 1월 1일부터 6월 40일까지 대형 생활폐기물 275.12톤 처리비도 보조금으로 집행한 것으로 봤다.
이처럼 구례군이 생활폐기물을 재난폐기물로 둔갑시켜 처리한 양은 모두 2,752.81톤, 여기에 쓰인 처리비용(보조금)은 9억842만여 원에 달했다. 영산강환경청은 이에 따라 목적 외로 사용된 이 금액과 보조금 집행 잔액(67억5,836만여 원)을 포함해 모두 76억6,679만여 원을 환수키로 했다. 구례군은 지난해 수해 당시 발생한 폐기물 4만6,939톤을 처리하는 데 보조금 146억1,928만여 원을 썼다.
이번 보조금 정산을 통해 구례군이 재난폐기물로 바꿔치기한 생활폐기물 처리 실태가 확인됐지만 정확한 처리물량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구례군이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을 조작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영산강환경청이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재난폐기물 처리량 부풀리기를 제대로 밝혀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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